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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그림자, 저작권의 빛

by 글린더
"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무언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리고, 그걸 누가 쓰고 있나요?"


"창작은 빛나는 일이지만, 그 그림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창작한다. 스마트폰 속 사진 한 장, SNS에 올린 짧은 글, 유튜브에 업로드된 음악 영상까지. 모두는 누군가의 창작물이자,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 권리를 간과하고, 때로는 침해하며 살아간다. '저작권'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깊은 의미와 복잡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작권이란 창작자의 지적 창작물에 부여되는 권리로, 저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복제하거나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단순한 법적 장치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인간의 창의성과 시간, 노력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생계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창작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오늘날 저작권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공유"라는 이름 아래, 창작물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퍼져나가고, '밈'과 '리믹스' 문화는 원작과 파생작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중심의 플랫폼이 확산되며, '창작의 권리'와 '사용의 자유'는 끊임없이 충돌한다. 여기에 AI 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만든 창작물은 과연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저작권은 과연 창작자만의 권리인가? 아니면 사용자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정한 창작 생태계의 약속인가?


저작권을 무작정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과도한 권리는 또 다른 창작을 가로막을 수 있다. 예컨대, 과거 저작권 보호 기간의 연장이 고전 문학 작품의 자유로운 활용을 어렵게 만든 사례처럼 말이다. 반면, 저작권을 무시하는 사회는 창작자의 창의력을 고사시킨다. 균형은 중요하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사용자가 창작물을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현실적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9년 방탄소년단(BTS) 팬아트 저작권 논란이 있다. 팬이 창작한 일러스트가 상업적 상품에 무단으로 활용된 일이 밝혀졌고, 해당 기업은 저작권 침해 혐의로 비난을 받았다. 이는 팬덤 문화 속에서도 개인 창작자의 권리가 명확히 존중받아야 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20년 유튜버들의 배경음악 사용에 대해 저작권 단체가 대대적인 저작권료 정산을 요구하며 수천 개 채널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창작의 자유를 위협하는 과도한 권리 행사와, 무분별한 사용 사이의 균형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긍정적인 사례로, 최근 몇 년 사이 '1인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제작한 브이로그, 에세이 영상, 자작곡 등이 독립 플랫폼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익화된 흐름을 주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곡가 겸 유튜버인 한 개인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음악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음원 유통사와 계약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크리에이터는 처음부터 모든 음악을 자신이 제작했고, 영상 속 자막, 이미지, 음악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2차 창작물 유통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는 창작물의 공유와 확산이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영상의 말미마다 덧붙이던 짧은 문장이었다. '이 음악이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을 덜 무겁게 해 주길.' 그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연결해 주는 순간, 저작권은 단순한 권리를 넘어 진심의 전달 통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이러한 사례는 창작자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콘텐츠의 생명력 또한 길어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것이야말로 저작권이 올바르게 작동하는 순간이 아닐까.


또한, 우리는 저작권을 단순히 법적인 개념으로만 바라보아선 안 된다. 그것은 창작자와 사회가 맺는 일종의 윤리적 약속이다. 누군가의 시간을, 감정을, 상상력을 존중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저작권의 본질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이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단지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저작권은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과 창조의 근간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가치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저작권 인증'이다. 블록체인은 창작물의 소유 이력을 위변조 없이 기록할 수 있어, 창작자와 사용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서, 창작의 신뢰 구조를 재정립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을 통해 디지털 아트, 음악, 영상 등이 유일성과 소유권을 인정받고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아직 제도적, 윤리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블록체인은 저작권의 투명성과 신뢰를 향한 하나의 유의미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수용자에서 참여자로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없다면, 우리는 타인의 빛을 빌려 만든 어둠 속에서 창작의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창작의 시대에, 저작권은 우리 모두의 문화적 자산이자 기술적 실험의 무대가 되었다.

우리가 창작자의 권리를 인식하고, 공유의 책임을 고민하며, 기술의 가능성을 균형 있게 바라볼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는 실현될 수 있다.

그 길의 중심에, 인간의 상상력과 그것을 지키려는 따뜻한 기술적 연대가 함께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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