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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오빠에게

든든하고 고맙고 안쓰러운

by 글린더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세상에 그런 오빠가 어디 있어~'


내 세상에는 존재하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오빠.


내게는 상냥하고 친절하고 든든하고 고마운,

그래서 누구보다 안쓰러운 오빠가 있다.

매일아침 두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마에게 꼬박꼬박 들렀다 출근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하는 착한 아들.

학창 시절, 생일이면 케이크와 꽃다발을 사들고 학교 앞에 찾아오는 로맨틱한 오빠.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다 주고,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가거나 배낭이 무거운 상황에는 학교까지 들어다 주고 데리러 오던 자상한 오빠.

두 살 터울 언니에게는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까지 하던 오빠.


그런 자상함이, 그런 섬세함이, 그런 애틋함이

나이가 들면 사라질 줄 알았더니 거기에 '책임감'이 붙어

점점 본인의 힘듦은 돌보지 않고 가족의 힘듦을 이고 지고 가는 안쓰러운 울 오빠.


아빠가 돌아가시고 본인도 어린 나이, 아빠의 역할을 자처하고는 이제는 오십을 바라보는 동생들을 여전히 아빠처럼 돌보고 있는 오빠가 있다.

세상에 이런 오빠가 정말 있다..


이런 진상 동생들이 있음 꼴도 보기 싫을 텐데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는 새언니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부부가 쌍으로 정말 존경스럽다 못해 이젠 제발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 가끔은 없는 종교에도 기도를 하곤 한다.

착한 끝은 있다하던데 그 끝이 언제 오려는지..

한없이 착하기만 한 오빠가 요즘 부쩍 자주 아프다.

탈이 날 만도 하지 싶을 정도로 무리하는 삶을 사는 것을 알기에 난 보태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힘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오빠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세상의 모든 답을 오빠에게 묻고

세상의 모든 고민을 오빠에게 쏟아내고

오빠는 그 모든 것을 묵묵히 또 받아낸다.


난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 이런 오빠를 가졌나 싶다가도

오빠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힘들게 살까 싶다.


이런 오빠가 처음으로 힘든 소리를 하고

아픈 소리를 하고 자꾸 약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런 오빠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내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솟구쳐 또다시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 착한 사람이 자기 아픈 건 다 나았다며 또 받아준다.


간밤의 짧은 통화가 하루 종일 맘에 쓰였는지

평생 이모티콘은 잘 안 쓰던 사람이 장문의 카톡에 하트가 그득그득하다.


에그 착한 사람아.

오빠가 이기적으로 살아도 아무도 욕할 사람 없으니

이젠 제발 자기만 생각하고 살아요.

부디 못난 동생들 부양 그만하고 부모 봉양도 적당히 하고

조금은 못되게 좀 살아요.


그래서 오빠의 삶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어.

내 오빠여 줘서 고맙고

오빠동생이어서 행복하고

내 가족이어서 너무 자랑스럽지만

이젠 그 무게가 너무 안쓰러워 이 모든 감정들이 미안함으로 바뀌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아.


사랑하는 오빠의 삶에 조금은 보탬이 되기 위해

회복력 좋은 동생은 다시 덕분에 힘을 내게 돼.

많이 사랑하는 울 오빠,

우리 부디 오래 보자.


건강하게 오래오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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