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식재료 위주인 코스트코가 2인 가구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가지 않다가 처음 코스트코에 가게 된 건 우리와 친한 동생과 함께였다. 코스트코에서 관찰레라는 돼지 볼살 햄을 사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놀러 가듯 가게 되었다.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우와’를 연발하며 신나게 장을 봤다. 3개씩 묶어서 파는 매직랩은 함께 사서 나눠 가졌다.
몇 번 다녀보니 빵, 고기, 치즈 등을 대용량으로 사서 얼려두고 먹으면 좋지만 야채와 같이 조금씩 사서 먹는 신선 식품은 사기가 어려웠다. 코스트코에서 한 주 먹을 것을 모두 장 볼 수는 없었다. 큼직한 것들을 사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추가적으로 구입하는 식으로 장을 봐야 했다. 코스트코에서는 가끔 가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사는 게 2인 가구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코스트코에 대한 새로움이 시들해질 무렵, 지인들과 등산을 하고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저녁을 차리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배달 음식을 시키기엔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냉동실에 코스트코에서 산 갈빗살을 양념해서 소분해 둔 게 남아 있었다. 해동시켜 구워 먹으니 만들었을 때와 비슷하게 맛있었다. 오히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보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냈다. 이래서 소분을 미리 해두는구나 체감하게 되었다.
식재료를 소분해 두면 가공식품을 조금 덜 먹게 되는 것 같다. 가공식품이 몸에 안 좋다고는 하지만 맛도 있고 편해서 준비된 게 없으면 손이 간다. 가공육을 좋아하지만 몸에 안 좋다고 하니 되도록 덜 먹기 위해 가공육 대신 소분해 둔 다짐육을 사용하거나 바로 볶아서 먹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를 만들어두곤 한다. 건강 정보는 넘쳐나는데 물가는 무섭게 오르는 세상이다. 몸에 안 좋은 걸 좀 덜 먹고 살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유튜브로 보는 소분의 달인들처럼 아주 부지런할 수는 없지만 코스트코의 대용량 식재료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건강과 편리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응용력이 좋고, 집밥을 먹는 끼니 수가 많은 2인 가구에게는 코스트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