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요리
제대로 된 집들이로 초대한 첫 손님은 중학교 동창들이다. 사는 게 바빠 자주 보기는 어렵지만 오랜만에 봐도 반가운 친구들이 1박 2일을 하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비장해졌다. 둘이긴 해도 어엿한 가정집이니 나중에도 손님을 초대할 걸 생각해 퀸 사이즈 토퍼도 고심해서 골랐다.
저녁은 남편이 잘하는 양식과 친구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시키고, 다음날 점심은 한식으로 차려내기로 한다. 복숭아 그릭 샐러드는 처음 해보는 음식이라 레스토랑처럼 미리 만들어서 먹어본다. “무슨 맛이 모자란 것 같아?” “단맛?” 남편이랑 둘이 앉아서 머리를 모은다.
원래는 통일되지 않은 그릇들을 이것저것 사용했는데 4인 그릇 세트를 선물로 미리 보내둔 친구들 덕에 식탁이 제법 그럴싸하다. 남편은 일이 있어 점심은 셋이 먹었다. 셋이 먹는 식탁에 연어 1kg를 올렸다. 절반을 남겼다. 순두부찌개에 넣으려던 계란은 빠트리고, 음식을 나르며 이것저것을 수시로 떨어뜨렸다. 우당탕탕 밥상이었다. 잘 대접하려는 욕심에 과해지곤 한다. 친구들과의 시간은 즐거웠지만 허둥대는 내 모습은 민망했다.
식탁을 차리는 모습에서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잘해보고 싶어서 서툴었던 날들이 스쳐갔다. 좋아해서 정작 아무 말도 못 했던 모습, 농담을 하려다가 실언을 했던 모습. 여유 있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상대방도 잘 받아들이면 되는데 한없이 더하려다가 덜어낸 만 못한 그런 모습들이었다.
요즘도 몸에 힘이 세게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러면 스스로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지금 너무 과한 같은데?’ ‘상대가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정갈한 밥상처럼 적절히 관계의 식탁을 채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