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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Feb 29. 2024

안식처, 나의 숲

산 혹은 바다

내 아이는 바다를 좋아한다.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모래알들이 가득한 바닷가. 그 곳곳에 숨겨있는 보석 같은 조개껍데기와 씨글라스(바다에 버려진 유리가 깨지고 풍화되어 매끈하고 둥근 모습과 알록달록 이쁜 색깔을 지님)를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시간을 행복해한다.


다정한 아빠 손을 잡고 밀려오는 겨울 파도와 잡기놀이를 하는 아이의 얼굴엔 꺄르륵 사랑스러운 웃음이 부서진다. 허리를 숙여 얕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새끼복어와 작은 새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게 마냥 재미있고 여름이면 일렁이는 파도에 튜브를 끼고 온몸을 바다에 맡긴 채 자연 워터파크를 신나게 즐기기도 한다.

해 질 녘. 하늘과 바다 위로 붉게 물드는 광경에 작은 탄성을 내지른다.

 “엄마, 하늘이 너무 감동적이야.”

가족과 바다. 그 안에서 아이는 무한한 사랑을 누리고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 줄 따뜻한 기억들을 만들어나간다.

이 모든 것이 귀한 선물이다. 바다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바라는 것 없이 많은 것을 내 아이에게 내어주는 푸른빛을 지닌 너른 바다.

   

아이의 취향을 충분히 존중하기에 대부분의 휴가를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한다.

아이와 많은 바다를 다니며 알게 되었다. 내게 더 많은 여운과 평화를 주는 곳이 푸르른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산이라는 것을.

뜨거운 햇볕에 몸을 숨길 곳 없는 바다와 달리 산은 곳곳에 무성한 나무들이 편히 쉴 그늘을 만들어준다.

바다의 반짝이는 윤슬을 좋아하지만 싱그러운 초록 잎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은 늘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차고 모진 바람을 바다는 막아주지 못하지만 산은 나를 기꺼이 안아준다. 부드럽게 감싸준다.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나무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가지를 뻗고 키를 맞춘다. 다른 나무와 식물들도 햇볕과 바람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나가기 위해. 숲에게서 삶을 배운다.     

산속에 울려 퍼지는 졸졸 시냇물과 새들의 지저귐을 담은 숲의 소리는 그 어떤 아름다운 음악보다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초록 나뭇잎들이 솨-아 흔들리는 소리는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너는 지금 잘 살아나가고 있다고. 너의 어떤 모습도 사랑한다는 엄마의 속삭임 같다.

나는 그래서 산이 좋다.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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