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을 만들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인지 성공, 행복, 건강 등의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들이 서점과 유튜브에 넘쳐난다. 혼자 하기 힘드니 여럿이 모여 습관을 잡아가는 모임도 수요와 공급이 많아졌다. 그만큼 저항과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혹은 몇 개 월간 자연스레 내 몸에 밴 습관들이 있다.
온전한 자기 계발이 아닌 나와 타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버릇 혹은 루틴.
가장 먼저 침대 이불 정리하기.
이전에는 이벤트 같은 노동이었는데 지금은 노력한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정말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거나 새벽같이 여행 가는 날 시간이 빠듯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침대 위가 늘 정리되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덕에 매일매일 작은 성취감과 뿌듯함을 가진다. 게다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손님들 앞에서 머쓱한 표정으로 후다닥 안방문을 닫는 일도 없다.
무표정이 아닌 미소 자주 짓기.
아이를 출산하고부터 생긴 산후우울증, 남편과의 잦은 다툼 등 이래저래 속 시끄러운 일이 참 많았다.
본래 미소나 웃음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지만 한 번씩 내 얼굴 안면이 굳은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의 무표정으로 세상을 대했다.
아이가 세네 살 무렵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실수로 찍힌 사진 속 내 얼굴에는 메마름과 쌀쌀함이 덮여있었다. 그런 표정의 엄마와 매일을 보내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 일을 계기로 아이를 보고, 하늘을 보고, 산책하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 길가 나무들을 보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종종 혼자 있는 시간에도 미소를 짓곤 한다. 아마도 그 덕분인지 웃을 일,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짐이 생활 속에서 느껴진다. 더불어 해가 갈수록 중력의 법칙에 충실해지는 얼굴근육이 자연스레 스트레칭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싱긋 미소 짓다 보면 의외로 금방 괜찮아짐에 당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먹거리를 살 때 성분표를 꼼꼼히 보는 습관이 있다. 물론 한 번씩 즐긴다는 마음으로 먹고 싶은 걸 먹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제품들은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좋은 성분의 식재료들은 가격이 좀 더 높고 맛이 덜 자극적이지만 나와 가족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 혹은 아파서 가게 될 병원비나 약 값을 생각한다면 건강하고 유기농인 식재료를 사면서도 손이 안 떨린다.
먹거리 성분표를 확인하는 건 나의 고귀하고 기특한 습관이다.
막상 나의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할 일을 미루고 핸드폰을 자주, 오래 들여다본다는 안 좋은 습관부터 떠올랐지만 이번 글은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써 내려가보았다. 질책과 반성보다는 칭찬으로 나를 안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적어 내려가다 보니 별 거 아닌 게 별 거인 게 되며 온몸에 부드럽게 맑은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