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치우고 정리해도 티가 안 나는 집안일.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집안‘꼴’이 되고 만다.
배신까지 느껴진다. 얼마나 쓸고 닦고 정리했는데.
집안일은 참 의미 없고 재미없고 생산성과 성취감이 없는 일이다. 힘들고 고되기까지 하다.
지겹다 하니 더 지긋지긋하고 의미 없다 하니 더 보잘것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살아있는 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대로의 서먹한 사이로는 안 된다.
집안일은 우리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일임을 되뇌었다.
잘할 필요까지는 없다. 피로하거나 놀고 싶은 날은 건너뛰어도 된다.
늘 깨끗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마음만 조금씩 기울이면 된다. 집안일은 나와 우리 스스로를 챙기는 일이라고.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날도 반드시 온다.
나의 집안일 루틴은 대충 이렇다. 항상은 아니고 약속이나 계획이 없을 때. 아프지 않을 때. 해야 할 과제들도 미리 해 두어 여유가 있는 날 해당한다.
아이가 등교하고 나면 가장 먼저 환기부터 하고 공간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린다.
제자리를 이탈한 책이며 온갖 물건들을 정리하고 주방에 들어선다. 지난밤 세척기에서 깨끗해진 그릇들을 정리하고 오전에 나온 설거지를 다시 정리해 넣는다. 그리곤 냉장고를 열어 아이가 먹을 간식거리와 반찬거리를 계획하고 준비한다. 손이 느린 나는 주방에서 먹거리를 준비하는 시간이 꽤 길다. 지겹지 않기 위해 유튜브를 틀어놓는다. 가끔 영상물에 정신이 팔려 오버쿡이 되기도 하고 양념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괜찮다. 그런 날도 있는 거니까.
먹는다는 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마음도 가져본다.
물론 에너지가 달리는 날은 그마저 내려놓는다. 배달이나 외식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준다.
빨래도 세탁기와 건조기의 도움으로 이전보다 훨씬 수월한 면이 있지만 매일 돌리지 않으면 어느새 수북이 쌓인다. 되도록 건너뛰지 않는 일이다.
저녁까지 차려내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허리가 30도쯤 구부러져 ‘아이고오~’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안방에 들어가기 전, 거실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흐트러진 물건들을 아이와 함께 대충 제자리에 정리한다. 그것만으로도 아침에 일어나 정돈된 거실의 말간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화창한 날은 놀기도 좋지만 집안일하기에도 꽤 괜찮은 날이다.
햇살이 거실을 부드럽게 감싸고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좋은 날.
신나는 음악과 함께 온 방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하늘거리는 커튼을 바라보며 집안일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