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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Mar 18. 2024

봄은 고맙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곤히 자고 있는 남편과 아이가 깨지 않게 살금살금 1층으로 내려온다.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인 후 잠옷 위에 포근한 카디건을 걸치고 마당을 밟아본다.


코 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속에 보드라운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누런 잔디들 뿐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의 느낌이 가득하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 작은 봉오리들이 움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노지 월동이 가능한 꽃들도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겨우내 시들어 보였던 잎들 사이로 귀여운 꽃봉오리가 보인다.

손끝에 닿는 봉오리 하나하나마다 겹겹이 쌓여있는 부드럽고 여린 잎들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바람에 실려 온 봄의 전령이 나뭇가지마다 살포시 내려앉은 것 같다.

    

봄의 마당은 하루하루, 아침저녁, 어쩌면 시시각각 얼굴이 다르다. 그렇게 나무와 꽃들이 가장 분주한 계절이다.  우리 가족의 마음도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아이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마당을 둘러본다.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온 씨앗이 사과나무 밑에서 싹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이토록 기특하다고, 신비롭다고 아이와 그 씨앗에 응원의 마음을 더 실어준다.      

봄이 무르익어 꽃향기가 가득한 마당이 되면 나비와 벌이 수시로 드나든다. 귀여운 꿀벌이 뒷다리에 화분 가루를 잔뜩 묻히고 이 꽃 저 꽃 내려앉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귀한 행운도 누린다. 마당 어딘가에서 나비 애벌레와 번데기를 발견하는 날이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즐거움과 기쁨이 춤을 춘다.

자연 관찰 책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을 아이는 매일 눈으로 보며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에 감탄하고 끊임없이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배워나간다.


이렇게 따뜻한 봄이 되면 우리 집 마당과 동네를 오고 가며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낸 길냥이 가족들의 표정도 더욱 편안해진다. 어미 고양이는 부드러운 봄 햇살이 드리우는 야외 테이블 또는 테라스에 앉아 쭈-욱 늘어져 잠을 자기도 하고 그 곁에서 새끼고양이들이 아이처럼 나비를 좇아 뛰어오르기도 하며 봄을 탐색한다.    

 

봄은 늘 다행이다 고맙다.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지나 나무와 꽃들, 귀여운 고양이 가족,  우리 세 식구도 건강하게 계절의 시작을 누릴 수 있어서.      


지금은 이사를 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주택살이 할 때의 행복하고 특별했던 봄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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