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코치[백작]
지금까지 부크크 활용 시집 다섯 권 출간했습니다. 2021학년도에 만난 학생들과 처음 시집을 만들었고 책 제목은 <아홉 살 꼬마 작가는 처음이라>입니다.
2024학년도, 올해는 1학년과 함께 최근에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 제목을 묻는 학생들에게 <여덟 살 꼬마 작가는 처음이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내심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놀이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거나,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경우 시로 표현합니다.
오늘은 어제 안전체험관, 갯벌 다녀온 내용을 시로 써보자고 했더니 쉬는 시간인데도 놀지 않더군요. 1학년에게도 과제집착력이 있었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A4용지에 정성껏 씁니다. 맞춤법 틀리는 경우 허다하지만 1학년의 특권이라 생각하고 놔둡니다. 틀린 글자가 1학년 입학생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동문학교육 석사과정 수료를 했지만 아이들 시 지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최근에 논문 자료 때문에 시집을 찾아 읽는 중이며, 서포터즈 활동으로 어린이 시 한 권 훑은 게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어린이 시 쓰기 지도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섯 권 출간했기 때문입니다.
백작의 시 쓰기 지도법 열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행사가 있을 땐 결과물로 시를 씁니다.
월별, 계절별 행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운동회, 학예회 외에도 화재대피 훈련, 공개수업도 쓸 거리입니다. 경험한 일이 생생하게 기억날 때 쓰게 해보세요.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분량에 부담을 가질 때가 있는데요, 이럴 때 저는 시를 써보자고 합니다. 나중에 학생들도 느끼겠지만 분량 관련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시보다는 일기가 더 수월합니다.
둘째, 학교생활 중에서 학생들이 제게 말하는 대화에 집중합니다.
친구끼리, 담임과 학생끼리 대화할 때 유심히 들은 내용을 시로 옮기면 재미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쉬는 시간에 1학년 학생이 제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먼지 안 닦아요?" 전화기에 먼지가 보였던 거지요. 선생님께 한 말 그대로 종이에 메모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인식했을 때 적어놓아야 합니다.
셋째, 쓸 거리가 없어도 쓰게 합니다.
학생들도 자주 말합니다. 대단한 경험 없다고요, 종일 집에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선생님 앞에 하소연하는 것 그대로 시로 옮겨 적으라고 지도합니다."쓸 게 없어요" 가 첫 줄, 1행이 됩니다.
넷째, 처음부터 완벽한 시를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행위를 걱정하는 이유는 못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잘 쓰는 사람도 널려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한 번 쓸 때 있어 보이는 시를 쓰려고 합니다. 전자책 출간 후 수정, 부크크 출간 후 원고 수정 모두 가능합니다. 완벽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공부가 되고 알아차리는 게 있는 겁니다.
다섯째, 한 사람당 한 장을 써도 되고 열 장을 써도 됩니다.
학급 시집을 만들다 보면 특정 아이의 작품이 많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몇 장은 과감히 뺍니다. 그건 잘하는 친구 무시하는 게 아니라 칭찬할 내용입니다. "활동을 성실히 잘했다. 다음엔 너의 원고로 개인 책을 만들어 봐라. 오늘 시 절대 놓치지 말라고 일러둡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문학적 감각, 소양 등은 저도 부족합니다. 제가 다섯 권 출간 지도하면서 아이들 앞에 했던 활동 위주로 순서 위주로 실전 지도법을 안내하겠습니다.
첫째,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생각을 종이에 묶어 두어야 응용이 가능합니다. "현장체험학습 재미있었다."라고만 써 두더라도 쓴 문장에 대해 왜? 무엇이? 같이 추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용이 보완됩니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었다는 문장이라도 먼저 적어야 다음 생각할 내용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둘째, 행을 나누어 줍니다.
초등학생 전 반박으로 행을 구분하여 쓰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산문형식의 글을 능숙하게 쓰지도 않습니다. 산문과 운문 구분을 해보기 위해서라도 줄줄 써 내려간 일기 같은 메모를 읽고 시로 행과 연을 이룰 수 있는 부분만 걷어 내어 첫 시를 완성해 봅니다. 그리고 조사가 다음 항으로 끊어져 나갔을 때 조사 위치를 잡아줍니다.
셋째, 학생의 메모를 보고 반복되는 낱말을 찾아 줍니다.
줄줄 써온 글에서 반복되는 낱말을 찾아 연이 마무리될 때 붙여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이 생각나는 대로 써둔 글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교사가 적극 개입하게 되면 학생 시가 아니라 교사 시가 됩니다. 이 부분 주의하여 학생에게 반복되는 말을 찾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넷째, 다시 베껴씁니다.
행을 나누지 않고 집필한 작가의 경우 줄글이 복잡해집니다. A4 가운데 형들이 깔끔하게 배열되는 것이 책을 만들 때 낫습니다. 네임펜으로 덧칠을 하여 시를 완성시키도록 합니다. 베껴쓰기는 자신이 쓴 글에 행을 나누어주느라 설명과 단어를 덧붙이도록 해줍니다.
다섯째, 작은 그림을 그린 후 마무리합니다.
1학년 포함 학생들은 글자를 어떤 크기로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가운데 부분에 시가 들어가게 쓰라고 합니다. 판형은 공책이나 교과서 크기입니다.
그림은 본인이 그려도 되고 다른 학생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도 됩니다.
이렇게 "시 쓰기" 지도를 하면 세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몰입합니다. A4 한 장에 자신의 시를 쓸 때 집중했던 힘이 있으니 다음 작품은 첫 작품보다 수월하게 쓰고 그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일상을 관찰하는 힘이 커집니다.
시를 쓰다 보니 일상에 느꼈던 감정을 시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또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쓰는 사람이 된 것이지요.
셋째, 책이라는 결과물로 인해 성취감을 느낍니다.
어린이 작가 프로그램도 많지만 이왕이면 부모나 교사가 학생들 시에 대해 관심 가지고 읽고 쓴다면 성취감은 높아질 겁니다.
부크크 출발사에서도 반려되는 경우 있었습니다. 그래도 반려 사유를 꼼꼼히 보면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꼬마 시인들에게 실망시키면 안 되겠지요. 인세 소득이 생긴다면 기부하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까지 알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고 시를 지으며 함께 하는 이유입니다.
어린이들이 출간 작가 되는 법, 생각보다 쉽습니다. 어른의 시간을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부크크 출판 동의를 위해 가정에 안내장을 보낼 예정입니다. 안내장 발송은 '공언'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능성이 풍부한 어린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 저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