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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15. 2024

읽기와 쓰기 업데이트

읽기와 쓰기 업데이트


1.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 발생과 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발생생물학 수업‘이라는 과학대중서가 생각의힘 출판사에서 12월 10일 즈음 출간될 예정이다. 네 번째 저서다. 요즘 핫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 ‘찬란한 멸종’의 저자 이정모 관장님이 추천사를 써주신다고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영광이다. 어제 표지 시안을 받았다. 맘에 들었다. 내 사진이 띠지에 조그맣게 들어간다는 점만 빼면. 그러나 책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사진을 싣자는 편집자의 제안에 동의하고 말았다. 책은 상품의 정체성도 분명히 띠기 때문이다. 부디 많이 읽히고 많이 팔리면 좋겠다. 


2. 나의 대학/대학원생 시절의 이야기에 허구를 넣어 각색한 팩션, 기초과학자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대한 단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은 지금까지 총 45군데 출판사에 8월 말부터 투고했으나 아직 단 한 군데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안 된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에서 왔고, 나머지는 무응답이다. 상품성이 없는 건가 싶은 마음에 조금 서글픈 생각도 든다. 그래도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요즈음 여러 언론매체에서 핫한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구본경 단장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 나는 여전히 생각하는데, 앞을 내다보는 출판사가 용기 내어 출간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3. 도스토옙스키 선집을 매달 한 작품씩 읽어나가는 독서모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이 ‘가난한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어느새 끝을 향하고 있다. 이제 ‘미성년’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그리고 첫 모임과 마지막 모임을 수미쌍관구조로 하기 위해 기획한 석영중 교수님의 ‘매핑 도스토엡스키’, 이렇게 세 모임만 가지면 장장 1년 반 정도의 여정을 마치게 된다. 러시아 문학 전공자 하나 없이 아마추어들만 모여 이 시대에 도스토옙스키를 성실하게 읽고 나누었다는 점은 정말 기이한 일이라 믿는다. 이 역사적인 나날들을 허투루 날려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미 감상문들을 모아 책으로 낼 계획을 세웠다. 석영중 교수님으로부터 서문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헌사를 석영중 교수님께 할 생각이다. 아마 정말 기뻐하시지 않을까 한다. 내년에 꼭 출간되면 좋겠다.


4. 최근에 ‘악령’을 다시 읽느라 다른 책 읽기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전 문학 작품을 재독 할 수 있는 기회는 여느 현대 문학 작품들을 유행 따라 읽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믿는 나는 충분히 즐기고 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거의 다 읽은 나로선 ‘악령’이 가장 읽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걸 나는 두 번이나 해 낸 것이다. 인간승리다.  


5. 오늘이 '악령'으로 모인 날이었다. 다들 이 어려운 작품을 꾸역꾸역 거의 다 읽어 오셨다. 사실 나는 절반도 완독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1년 넘도록 열세 작품을 내리읽으면서 도스토옙스키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어 강해진 탓일까. 완독에 감상문까지 쓰시고 발제뿐만이 아니라 나눔도 깊고 풍성했다. 3시간이 후다닥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언제나 그랬듯 책 얘기를 시작으로 각자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삶까지 나누게 되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느슨하게 모인 독서모임 가족들. 솔직 담백한 나눔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도 있었다. 이 시간이 각자에게 위로와 치유 및 성장과 성숙으로 다가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다가 '악령' 같은 작품으로 이런 나눔을 할 수 있다니, 나는 우리 모임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기적 같은 모임이다.


6. 사실 '악령'은 모임을 시작할 때 내가 리스트에서 뺄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던 작품이다. 내가 읽은 작품 중 가장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엔 넣기로 했었는데, 정말 잘했단 생각이다. '악령'을 넣기로 결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망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깊고 풍성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가장 큰 산을 넘었다. 즐길 일만 남았다. 정말 즐겁다.


7.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을 마치면 다음으로 어떤 작품들을 읽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혼자서는 읽기 힘든 고전 문학을 함께 읽어 내면서 나름대로의 성취감과 함께 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체득한 것 같았다. 기뻤다. 그래도 나름 리더 중 하나로서 헌신했던 만큼 모임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열매가 맺힌 것 같아서 말이다. 도스토옙스키라는 거대한 산을 함께 넘었으니 어떤 작품이라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톨스토이, 헤세, 카잔차키스, 토마스 만, 츠바이크, 괴테 등의 작품들을 추려서 리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8. 지금까지 읽기와 쓰기에 대한 내 생각과 경험들을 여기저기에 써 왔다. 한데 모아 정리할 생각이다. 이게 책으로 출간될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누군가에 나에게 읽기와 쓰기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를 묻는다면 정리해서 말해 줄 자료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책 한 권으로 묶을 충분한 양이 어렵지 않게 모이리라 생각한다. 


9. 운전하면서 이것저것 유튜브 강의를 듣곤 하는데 최근에 최재천 교수님과 김상욱 교수님이 대화하는 걸 들었다. 두 분 다 결정론을 받아들이고 계신 분들이다. 전자는 유전자에 의한, 후자는 물리학적 (결국 모두가 원자들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근거에서 시작한) 예측 가능성에 의한 움직임이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하신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과학적인 접근으로는 답이 없다고 하셨다. 어차피 주체적으로 살 수도 없는 삶인데 무슨 의미 따위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 삶의 의미는 과학 너머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철학과 신학의 차원으로 넘어간다. 그런 삶을 생각할 때 읽고 쓰는 삶이야말로 인간답고 사람다운 삶의 본질에 가깝지 않나 싶다. 


10. 읽고 쓰기는 계속된다. 죽는 그 순간까지 나는 읽던지 쓰던지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제발 그런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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