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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Dec 12. 2024

출판사 서평: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출판사 서평: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찬란한 멸종》 저자) 강력 추천


“세포에게 노년은 가장 성숙한 시기입니다”


저속 노화 시대, 나이 듦을 예찬하는 특별한 안목

내 몸이 선생님이 되는 새로운 과학 수업이 시작된다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조혈모세포,

손가락을 꽃 피우기 위해 희생하는 피부 조직,

정상 발달을 위해 스스로 죽는 세포자멸사,

인간과 달리 차별도, 혐오도 하지 않는 염색체,

저속 노화 시대에 울리는 경고, 단백질 돌연변이,

철학하는 생물학자가 현미경 속에서 발견한 인생의 지혜들


“조혈모세포는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압니다”

사람처럼 치열하지만 사람보다 현명한 세포의 세계

희생하고 인내하는 세포들에서 발견한 나이 듦의 미덕


김영웅 박사는 세포가 인생과 절묘하게 닮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세포가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해져 열심히 제 기능을 하다가, 나이 들어 신생 세포들에 대체되는 과정이 우리가 태어나 어른이 되는 삶과 겹치기 때문이다. 모든 혈액세포의 원천인 조혈모세포는 평소 미성숙세포들을 이끌고 건강한 혈액을 생성하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활동을 멈추고 미성숙세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 일부 세포들은 스스로 소멸하는 ‘세포자멸사’ 현상을 보이고(189쪽), 노화하여 기능을 상실한 세포들이 있으면 동료 세포들이 나서서 그 일을 대체한다.


저자는 이렇게 세포들이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우리가 나이 들며 갖춰야 할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20년 이상 세포 연구에 매달린 중년의 생물학자에게 세포의 생애가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각별하다. 저자가 오랫동안 매달린 암세포 실험에서 발견한 돌연변이 세포들의 증식 과정이 인간 사회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던 탓이다. 정상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 통로인 혈관을 다른 세포들과 나누면 몸은 건강하게 기능을 유지하지만, 혈관을 독점해 산소와 영양분을 자신에게만 끌어다 쓰는 순간 정상세포는 암세포로 돌변하고 만다(96쪽).


암세포는 자가증식하여 맹목적으로 생존하려고 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가 숙주와 자신의 공멸을 불러온 것처럼, 저자는 인간 사회에도 욕심이 지나쳐 주변에 해를 입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상기하며 나이 들수록 중용의 태도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탐욕스러운 암세포가 되고 마는 인생을 살 것인가, 조혈모세포처럼 아름답게 물러설 줄 아는 인생을 살 것인가. 저자가 숙제처럼 남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우리를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생물학으로 본 저속 노화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이 들수록 필요한 건 화장품이 아니라, 노화에 대한 지식

흰머리부터 암, 당뇨까지, 알수록 힘이 되는 인생 2막의 과학!


세월이 야속한 이유는 보기 싫은 흰머리, 주름진 피부, 암이나 당뇨 같은 질병 등 낯선 몸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저자 역시 돋보기안경을 맞추면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세포에 대해 배우면 막막한 노년을 선명하게 맞이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Lesson 〉에서는 노안, 주름, 근감소증 등 겉으로 나타나는 노화 증상들에 대해,〈Lesson 〉에서는 암, 고혈압, 알츠하이머 등 체내에서 일어나는 질병들에 대해 다루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준비할 수 있게 했다.


대표적인 노화 증상인 골다공증은 30세 이후 시작되는 골밀도 감소가 원인이다. 우리는 뼈가 빈틈없는 원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듬성듬성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수가 많을수록 골밀도를 높이는 뼈세포의 수가 적다는 뜻이다. 뼈세포의 수가 계속 줄어들면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7대 생활 수칙을 제시하며, 비타민 K는 칼슘과 골기질을 결합하는 단백질인 오스테오칼신을 생성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초록색 잎채소와 해조류를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78쪽).


발생생물학을 알면 치료의 이유까지 이해하게 된다. 한국인 600만 명 이상이 앓을 만큼 흔한 질병이 된 당뇨병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 관건인데, 이 역시 세포 활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이 입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듯 인슐린이 포도당 수송체를 세포 표면으로 많이 옮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128쪽).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을 체내에 주입하기 위해 주사 치료를 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유다. 나이 들수록 몸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치료법은 무엇인지 노년이 처음인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필수 정보들이 발생생물학에 담겨 있는 셈이다.



“세포의 세계에는 차별도 혐오도 없습니다”

언젠가 노인이 될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과학이 말하는 사회적 소수자를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이유!


앞에서 노화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면 <Lesson 3>에서는 선천성 기형, 환자, 장애인 등 신체적 차이로 소수자가 된 이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나이 드는 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소수자들 역시 세포와 염색체의 돌연변이가 낳은 우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차별도, 혐오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아가 “쌍둥이는 비정상일까?”라는 과감한 질문을 던지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우리의 모호한 경계선을 재조정한다(175쪽).


발생생물학은 질병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출발점도 된다. 암은 흔히 환자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설 때문에 당사자가 자책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암 대부분이 정상세포의 DNA에 생긴 갑작스러운 유전자 변형 때문이라는 게 연구로 밝혀졌다(95쪽). 다운증후군 역시 마찬가지다. ‘선천성 질환’이라는 말 때문에 ‘유전병’으로 오해해 부모와 자녀 모두 이중고를 겪지만, 단지 생식세포분열 시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생긴 증후군일 뿐임이 증명되었다(228쪽). 노인성 질환의 대표 격인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원인 불명의 흑색질 신경세포의 돌연한 변성에서 시작된다(103쪽).


“우리는 모두 수억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태어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린 이미 생존자들인 셈이지요. 결합쌍둥이는 그 확률을 넘어 죽을 고비까지 수차례 넘긴, 극히 드문 확률을 뚫고 태어난 생존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발생학적인 지식이 한낱 무미건조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221쪽 <쌍둥이·발생축 이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생김새도 생각도 다른 우리는 세포분열 중 부딪히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타인은 물론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 발생생물학은 이렇게 생명의 원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노화를 부정하고, 영원히 젊게 살기 위해 모두가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시대, 더 잘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준비하는 장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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