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엔 이런 장면이 있다. 글 쓰는 일을 멈춘 작가 남편에게 편집장인 아내가 그에게 다시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는 장면. 쓸 게 없다고 답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쓸 게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닫혀있어서 그런 거지."
강물에 돌을 던지면 이는 파동처럼 이 대사는 내 마음에 번졌고 파동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쓰는 마음을 닫아둔 채 몇 개의 계절을 보냈고, 쓰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핑계를 넘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 난 글을 잘 못쓴다는 핑계, 누가 나를 읽는 것 같아 두렵다는 핑계, 쓸 게 없다는 핑계. 그래서 항상 불편했다. 꼭 어딘가에 써야 하는 어떤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것 같았다.
그래, 거두절미하고 그냥 써보자.
무엇을 써볼까? 목차나 주제, 읽을 대상도 딱히 정해두지 않고 나는 핑계를 넘어볼 심산으로 이 글을 이곳에 남겨본다.
나의 진심을 한 움큼이라도 떼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이라도 일단 떼어내어 여기에 부어보는건 어떨까? 너무 무겁나.
일단 뭐가 되었든 가장 먼저는, 나를 위해 쓰자. 그냥 재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