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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Apr 09. 2024

기계와 공존시대...인간다움을 찾아

이현이, <로봇의 별> & 정재승, <열두 발자국>

딸아이 학교 추천도서인 <로봇의 별>을 별 생각 없이 펼쳤다가 내친김에 3권까지 후루룩 읽어버렸다. 



미래사회 로봇과 인간의 대립 구도가 <로봇의 별>의 기본 얼개지만 읽는 내내 마주하게 되는 건 지금 우리 사회와 인간 세계에 박혀 있는 씁쓸한 현실들이었다. 기술과 물질의 악용, 이기주의의 극단, 계급사회의 서늘한 단면들……


 인공지능 로봇 나로, 아라, 네다 그리고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들, 인간 세계의 여러 군상들…



소설은 로봇의 입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래, 길은 길 위에서 찾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p.124)


“그들은 인공 지능 로봇이었다. 그들은 세상을 통해 배웠으며, 그것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그들은 어린이 로봇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상상하도록 만들어졌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인간이 꿈꾸는 인간의 모습인지도 몰랐다. 인간은 자신이 꿈꾸는 인간의 모습 그대로, 인공 지능 로봇을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로봇은 마음의 자식이었다.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꿈의 자식이었다. 이제 나로와 아라와 네다는 그 꿈처럼 자라 있었다.”(p.167-168)


“라그랑주 우주 도시에 있었던 로봇의 별은 이미 끝장이 나 버렸죠. 별의 지도자들은 모두 파괴되거나 사라졌고, 우주 도시는 다시 인간의 손에 들어갔어요. 그렇다고 로봇의 별이 사라진 건 아니잖아요. 내 전자두뇌 속에서 아라가 이렇게 말해요. 내가, 우리가 로봇의 별을 꿈꾸고 있다면 로봇의 별은 여전히 존재하는 거라고…… 나로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용감하게 나아가라고,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는다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난 그 꿈을 찾아 떠나겠어요. 나로와 아라의 말처럼, 나 자신을 믿고 용감하게 로봇의 별을 찾아서.”(p. 223)


“식물들도, 동물들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똑같이 아름답고 소중하지. 그렇지만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아주 독특해. 꿈을 꾸거든! 날지 못하는 인간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고, 새처럼 노래할 수 없는 인간은 음악을 꿈꾸었으며, 허약한 다리를 가진 인간은 바퀴를 상상해 냈어. 인간은 자신과 닮았으되 자신과 다른 존재를 상상했어. 그게 바로 로봇이지. 얼마나 멋지냐? 난 그 때문에 여전히 인간을 사람하고 있단다. 그래 로봇. 너희도 마찬가지야. 꿈을 꾸는 거야. 그래서 나는 로봇 역시 사랑하고 있는 거지.”(p. 224)


“그래. 가거라! 가서 멋진 꿈을 꾸도록 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 보려무나. 이 할아비는 이제 늙어서 꿈꾸는 것도 쉽지 않다만 너는, 너희는 할 수 있을 거야. 상상할 수 있다면 대체 뭐가 두렵겠느냐?”(p.225)  백곰 할아버지의 말  


“폐허 사이로 좁은 길이 길게 뻗어 있었다. 그것은 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을 만큼 초라했지만 네다는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게 네다가 나아가기 시작하자 길은 비로소 길이 되었다. 지구의 아이들이 내일을 약속하는 석양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했다.”(p.227)  마지막 문장 

                                                                                                         이현 <로봇의 별> 中




변화의 주기와 강도가 워낙 짧고 획기적이다 보니 먼 미래사회의 모습이 선뜻 예측이 안 될 정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층 더 확고해진 믿음이 있다면 인간만이 지닌 ‘인간다움’을 긍정적으로 발현시키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공생,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의 별》의 작가 이현에게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향기가 난다.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주장했던 하야오처럼, 이현은 새로운 기계 문명 속에서 ‘로봇과의 공존’을 역설한다.”라는 추천사를 썼던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최근 출간한 <열두 발자국>에서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준비하기 위한 다음의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해서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되자는 거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더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높이자는 것입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어크로스(p.238-239)



인공지능이 잘 못하는데 인간이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1) 데이터를 검토, 분석, 비판적 평가, 창조하는 능력


책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결정적 한계는 제대로 된 이해 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다수의 데이터가 하는 얘기가 전적으로 옳다고 믿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장하는 사고를 한다.


"데이터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나, 데이터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데이터가 없는 영역을 찾아 데이터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은 부족합니다. 역으로 그것은 인간 창의성의 핵심이고요."  <열두 발자국> (p.240)



2) 사람이나 물건, 환경과 상호작용


“사람과의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감정읽기 능력, 공감 능력 같은 매우 고등한 사회성을 필요로 합니다. 인공지능이 그런 걸 가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 인간의 직업은 사회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겁니다.”<열두 발자국> (p.240)


인간 고유의 고등한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적 해법은 좋은 질문을 하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답 찾기 식, 획일적 정량 평가로 줄 세우기 식, 해석을 제한하는 틀짓기 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나라도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교육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정해진 답을 남들보다 먼저 찾는 교육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이 더 존중받아야 합니다. 높은 수준의 수학적 추론을 가르치고, 틀에 박힌 언어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언어교육이 곧 사고와 철학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열두 발자국>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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