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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Oct 25. 2021

“당신은 당신의 판단을 믿는가?” 언더도그마 현상

#. 57번째 이야기

여러분들은 무조건적으로 약자를 지지하게되는 '언더도그마' 현상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최근에서야 알게 된 용어입니다.

이 단어는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로,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입니다.
사회과학에서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 + 맹목적인 견해,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키워드를 찾아보게 된 계기가 하나 있습니다. 휴일 날 친구와 넷플릭스에서 요즘 핫 한 드라마였던 '오징어 게임' 시청하던 중 극 중 인물인 001번 할아버지가 구슬치기를 하기 위해 편을 먹어야 하지만 다른 참가자 누구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할 뻔 한 장면을 보며 친구는 '나 같았으면 손 내밀고 도와주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사회가 그렇듯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보호해야 할 대상에게 손을 내미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구나 싶으면서도 문뜩 이 친구는 저 노인이 불쌍하고 안쓰럽게 보이는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저 사람의 편에 서려는 것일까? 갑자기 친구의 생각과 그 심리가 궁금했습니다. 그 전에도 함께 해외축구를 볼 때면 이유 없이 무조건 약팀을 응원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나 :  '모두가 목숨을 걸고 상금을 타기 위해 게임을 해야 하는 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만약 저런 상황에서도 손을 내미는 게 맞을까? 아니면 외면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이 맞을까?'

친구 : '그래도 불쌍하잖아 지금 까지 다른 이를 도와주며 오신 착한 할아버지인데.....'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상의 상황을 보면 너무나 가엾은 노인의 모습이고 누가 봐도 사람들이 꺼려하는 상황을 이해한 반응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드라마를 다 보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최종화에서 나왔듯이 결과적으로 사람이 돈에 의해서 죽어가는 이 게임은 억만장자인 이 할아버지가 기획한 무시무시한 살인게임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삶과 죽음 앞에서 인간의 본성에 따른 판단과 죽고 죽이게 만드는 상황에 재미를 만끽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약간 혼란에 빠지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심리는 어떤 것인지 좀 더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언더도그마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바로 '감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지는 일반적인 동정과
사회적 강자에게 가지는 일반적인 시기, 질투가
[언더도그마]를 일으킵니다.

우리는 보통 생각하죠. 가난한 친구가 빌린 돈을 못 갚으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딱하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부자인 친구가 같이 밥을 먹고 더치페이를 하면, 얘는 돈도 많으면서 사주질 않냐 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보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잘못을 한쪽은 가난한 친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것인데, 우리는 감정에 휩쓸려 가난한 친구를 옹호하게 되고, 부자인 친구를 경계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적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을까요? 저에게는 아마 제가 어렸을 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제 인생 영화이지만 여기에서도 보면 배가 침몰할 당시 상류층은 보트를 타고 떠났고, 가난한 청년과 3등 칸 승객들은 문이 닫힌 채 차가운 물속에 빠져 죽게 되는 것을 말이죠. 어쩌면 이러한 힘을 가진 돈을 가진 강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저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언더도그마 현상, 다시 말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보통 약자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강자에게는 반감을 가지곤 한다는 심리학적 분석이 오로지 인간의 선척적인 본성에만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 내포된 '강자 = 악, 약자 = 선'이라는 상투적 구도뿐만 아니라, 자라 오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속에 축적된 무의식이 이런 맹목적인 선악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를 시작으로, 남북전쟁, 군사독재 시기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당연히 강한 사람은 악할 거라는 시대적 메시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우리 주의에서 일어나는 ‘언더도그마’ 현상은 몇 가지 사례들로 그 예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한 임산부가 유명 식당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모든 언론과 네티즌들이 해당 가게와 종업원을 비난했고 "그 식당은 망해야 한다"며 캠페인까지 벌어졌던 '채선당 사건' 같은 경우, CCTV 확인 결과 오히려 임산부가 종업의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며 진상 짓을 부렸던 것으로 드러나 많은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에 대해 사실 여부나 정확한 증거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들이지도 않고 우선은 약자로 인지되는 쪽에 감정을 이입해 무조건적으로 강자를 의심하고 비난하고부터 보는 경향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중대한 피해를 본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약자를 선으로, 강자를 악으로 규정해 버리면 내가 보고자 하는 대상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고 부정해 버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근본 심리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축가는 특히 더 객관적인 눈과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의문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특정 계층이나 어떤 대상에 치우쳐 공간을 만들거나 건물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해야 할 건축물에서 평등하고 공평하게 계획을 하여 많은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감성적인 생각과 판단이 조금은 친구가 바라보는 관점과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과 상황에서 강한사람 / 약한사람 이라는 맹점에 빠지지 않고 강한 사람에게서도 강인하다는 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바라보며 정말 배울 점 많은 사람을 차단해 버림으로써 얻을 것을 얻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번쯤 내가 받은 교육과 학습에 대해서 어떠한 오류들이 존재하는 게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더 넓은 시야를 통해서 이 세상을 긍정적이고 폭넓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자기 성찰 그리고 인문학적 사회학적 심리 공부를 통해서 언제나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시길 그리고 세상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눈을 가지시길 진심으로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NOTE
개인적으로 저도 참 쉽게 생각하는 착각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서 우리는 사회적인 변화에 의해서도 많은 편협된 시각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른이라고 올바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라고 해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협된 시각이나 편견으로 인해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글을 읽고 쓰며 생각을 통해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과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 주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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