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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수 Oct 14. 2020

흠모하는 사람 한 명쯤은 다들 있잖아요.

사진작가 황예지


나는 학창시절 알고 지낸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지 않는다. 그럴 만한 친구도 딱히 없다. 그 당시에는 참 친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며 사이가 소원해졌다. 딱히 연락을 하며 서글서글하게 행동하는 타입도 아니라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을 만날 때면 우연히 전해 듣는 소식들, 요즘은 자주 만나지도 못하니 우연히 발견되는 SNS로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 얘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 걸까, 우리집 근처에 사는 것 같은데 신기하네, 라는 생각들을 할 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많던 친구들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친한 친구의 인스타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아니 흠모한다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겠구나. 흠모하는 사진 작가가 책을 출간했다는소식을 들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친구의 인스타에도 댓글을 남겼다.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한 내 친구는 그녀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학창시절 동안 좋아했지만 부끄러움에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왠지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실 난 부러움과 동경의 마음이 컸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 yezoi. 아마 같은 동네였기에 아는 사람들이 비슷해서 추천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녀의 블로그를 읽으며 자신의 공간에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잘 써내려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스토킹한건 절대 아니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동네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와 아주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지금 살고 있는 집과는 조금 멀지만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다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친 적이 있다. 문득 그녀는 아직도 이 동네에 살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어릴 적부터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다. 이름도 모르는 작가들의 사진전을 집어들어 읽으며, '이 사람 참 사진 잘 찍는다.',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진 작가가 되는 방법도 몰랐고, 고등학교에서 사진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아버지, 언니,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아버지의 이름에 -씨를 붙여 칭했던게 나에겐 꽤나 독특했다. 그녀의 블로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니의 이야기. 사진 전공자답게 가족들의 사진이 많이 담겨있었다. 특히 언니의 사진. 그때 그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평범한 장소들도 사진 배경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한번은 언니의 사진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사진 때문인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건 아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그 잔상들이 남아있다. 이부자리 한켠에 들어오는 햇빛에 눈부심을 피하지도 않고 누워있는 언니를 찍은 그녀.


동갑이었던 그녀의 고등학교 생활을 엿보기도 했다. 똑같이 수험생인데 그녀의 삶은 더 활기차고 이미 어른들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 순간이었다. 내가 그녀를 동경하기 시작했던 순간. 내가 그 당시 가지지 못했던 성숙해 보이던 그 순간 순간들이 그 이유였구나.

하루의 일과처럼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의 삶을 엿봤다. 왜 때문인지는 몰라도 블로그 이웃을 걸지 않았다. 혹시나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치면 낯뜨거울까 그걸 걱정했던 걸까, 아니면 동경하는 마음을 들킬까 그걸 부끄러웠던 걸까.


황예지. 옅은 갈색 눈동자의 그녀는 꽤나 멋있는 사진 작가가 되었다. 여성들의 사진을 주로 찍고 있고 여전히 가족들의 사진을 담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는 나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역시 전공자들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사진을 한번도 배운 적 없는 나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찍어내지만,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의 분위기를 찍어내는 것 같다.

담백하게 글을 잘 쓰던 그녀는 더이상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 대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하고 있다. 그녀의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녀의 하루하루를 또 보고 있다. 팔로워들이 워낙 많기에 티 안나게 묻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나만 알던 가수의 노래가 점점더 유명해지면 괜히 마음 아프고 그런 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겠지. 황예지 작가의 사진이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나만 알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사진출처-황예지사진작가의 블로그>



                                                                                    , 빼어날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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