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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Apr 01. 2021

30세 백수의 세상 일기

브런치에 첫 발을 내딛으며



너는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구나.


                 

 이 문장이 내 메모장에 적혀 있었다.     

 하얀 공백에 저 까만 열두 글자만이 덩그러니.

              

 2020년 3월 2일 오전 4시 54분. 그 당시의 내가 왜 저런 문장을 남겨 놓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늘 그래 왔던 것 같다.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항상 무언가 쓰고 싶었다.

               

 묵혀 두었던 저 문장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나는 깨달았다. 가상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끄적거려 본 적은 많지만 정작 내 이야기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을.

               

 작년 8월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하고 12월에 전시회를 마쳤다. 그 후로 두 달째 백수다. 나이는 서른이다. 알바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공장에서 간간이 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내 포트폴리오로는 날 뽑아주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내 그림, 내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게 현재로서는 너무 부족하다.

               

 지금이야말로 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들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쓰고 내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 실업과 코로나 19로 인한 이 팬데믹 시국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92년생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린 어딜 가나 참 많아."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이 내 글을 보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매우 부끄러울 것 같지만, 솔직하게 쓰고 싶다.

               

 나는 왜 살기 위해 글을 쓰는가.     

 브런치를 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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