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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Jul 19. 2024

줄 서는 동생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번외이야기



집 앞 재활용 쓰레기 모으는 곳에 이것저것 가져다 버리고 오는데 전봇대에 한 손을 얹고 기대 듯 서 계시는 어르신 한 분
"어르신, 누구 기다리십니꺼예?" 여쭈니
"아이라"  하고 짧게 대답하신다.

안전문자에 한 번씩 오는 치매 어르신 찾기가 떠올라 혹시나 집을 못 찾으시나 하고 말을 붙여 본 것이다.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신 것이 이해가 안 됐지만 집으로 들어왔다.
일을 덜 보고 들어온 듯 찝찝해서 다시 나가 봐도 이십여 분이 지났음에도 그 자리에 기대 듯 그리 서 계셔 가까이 가서 다시 말을 건너보았다.
"어르신, 누구 기다리십니꺼예?"
"어데, 내가 지금 읍사무소쪽으로 가보까 공원 쪽으로 가보까 생각 중 아이가."
"아, 어르신 지금 운동 중 이신 거네요"
"하모, 맨날 이리 동네 걷는다 아이가"
"댁이 어디신데 여기까지 오셨어요"
"내 명례 산다 저기 공장 많은 동네"
"아, 저는 혹시 어르신이 어디 가시다 많이 힘드셔서 계속 서 계신가 싶어서요"

이어서
낯선 필자에게  술술 꺼내놓는 이야기
"내 이래도 월급날(여기서 월급날은 아마도 매달 25일이면 기초연금을 말하는 듯 하다) 되모 여동생들이 차 타고 와서 서로 태워가 어데로 어데로 안 댕기나"

아직 마음은 청춘이시구나란 생각에 내심 웃음이 낫다

인지의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시구나 안심이 되었다
"어르신, 조심해서 다녀가시소예"
"어, 어, 그래요"

한 오지랖 하던 필자 최근에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자제하기도 하지만
직업은 못 속이는 건가 어르신들이 혼자 저리 서 계시면 길을 가다가도 다시 되짚어가기가 일상처럼 되어버린 지금이다.


이러다 날개 없는 천사가 될지도 모를 일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언덕길을 굽은 허리로 가방 하나 매고 지팡이 짚고 걸어가시는 어르신
'하이고야 이 더운 날 면에서부터 걸어오시나 보다, 당최 어디까지 가시는데 저리 ...'

갓길도 없는 길  다행히 교통량이 없어 잠시 길에 세우고 다가가
"어르신 댁이 어디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하며 어르신의 안색을 살피며 여쭈니 살짝 어둔한 말투로 말씀하신다
"내, 요기 앞마을에  간다"

다행히 거의 다 오셨다
"멀리 가시면 모셔다드리려고 했더니 조심해 들어가세요"
"그래, 그랬나, 고맙습니다" 하고 낯선 필자에게 인사도 건네셨다.
말투가 살짝 어둔하셨지만 다 오셨다니 걱정 떨쳐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족히 삼 사십분은 더 걸리는 거리를 혼자서 걸어오시다니
택시라도 타시면 좋을 것을 우리 엄마들은 굳은 허리 아픈 다리로도 택시 타는 일을 여태도 큰 사치로 여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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