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papa Mar 29. 2021

HR이 해야 할 일 3 - Insighter가 되어라

HR에게 불편함 해소하기 세 번째

우스갯소리로 3명의 '불가근불가원 (不可近 不可遠)'인 사람이 있다. 그 세명은 국회의원, 기자, 검사라고 한다. 즉, 가까이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멀리 둬서도 안 되는 관계의 사람이다.


우리 조직 내에서도 HR조직을 '불가근불가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에서 생활하는 데 가장 개인적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필요한 또는 궁금한 정보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그런 조직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HR 부서와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지내기엔 나로부터 TMI (Too Much Information)가 노출될 수 있어 적절하게 거리를 두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HR에 대한 불가근불가원 같은 인식이 높은 조직일수록 HR이 조직 내 정보를 독점하는 지위를 가지려고 하고, 이러한 지위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많다.

즉, '인비(人秘)'라는 명목 하에 대부분의 정보를 독점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HR은 이러한 정보를 독점하고 비밀을 유지하며, 가끔 그런 정보에 대한 독점을 이용하여 현업을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심지어 HR 부서 내부에서도 그런 정보의 독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오래전 컨설팅을 그만두고 현업으로 갔을 때, 제도 기획을 위한 내부 TF를 운영할 때, 결코 인사와 관련된, 또는 관련 History들을 다 공유해주지 않고, 마지막에 '짜잔' 하고 정보를 내놓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경력직에 대한 경계'와 '힘자랑'과 같은 행동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HR 부서에서 다루고 있는 정보들은 사실 매우 민감한 정보들이 많다. 개인적인 인적사항에서부터, 성과평가, 역량 수준, 보상 수준, Referrence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내 정치적인 역학관계, 개인 가정사들도 종종 알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일부러 정보를 캐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HR 부서에서 주로 하는 직원 면담 과정에서도 확인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정보 및 그 개인의 주변 정보까지, 개인적 정보에 대해서 누구도 외부로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기에 HR 부서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을 때 정보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보안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마치 권력인양 휘두르는 경우를 조직 내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현업에서는 우리는 영업목표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제품 혁신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리는데, HR부서원들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면서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는 HR은 일을 편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HR 업무를 했던 선배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알기로도 꽤나 있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HR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정보의 공유가 자유롭지 않던 시대에서 HR은 조직 내 '불가근불가원'의 구성원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다. 모든 정보가 시스템화 되고, DB화 되어 관리되고, 이러한 정보들은 네트워크로 모두 이어져 상시 공유되고 있다.

한때, 직원들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던 노사협의를 통한 임금 인상률이 비공개된 회의실에서 노사 간 협의가 끝나서 악수를 하기도 전에 이미 SNS나,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예전 같으면 노사협의가 끝난 안건을 HR 부서에서 직원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시 정리해서 담당 임원의 결재를 받고 게시판에 공지를 했을 텐데, 이제는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협의 안건, 협의 진행 상황 등이 공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와 네트워크, SNS의 시대에 HR의 역할은 그러한 정보를 쥐고 관리하는 것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비즈니스에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조직이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HR의 전문성은 바로 여기서 판가름 나는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예전에 HR 부서가 알고 있던 정보들을 다른 현업에서도 다 알게 되거나, 또는 더 이상 그런 정보에 관심이 없거나 하게 되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현업이 HR 부서를 바라보며 정보에 목말라하던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HR은 꼭 비밀이 필요한 정보, 정보보안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들을 최소한으로 제외하고는 그것을 억지로 감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 (이미 현업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된 이후, HR이 해야 할 일은 그러한 정보들을 이용하여 조직 내 사람 관련 Insight를 제공해주는 조언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HR은 전문성에 대해 의심을 받게 되고,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기에 HR이 조직 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는 그것밖에는 없다. 영업에 대해서, 전략에 대해서, 연구개발에 대해서, 심지어 재무분야에 대해서도 각 분야별 전문성이 있지만, HR의 전문성은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결국 답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HR Insight를 제공하는 역할은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


우선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정보를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하자.


보통 HR 부서의 많은 인적 정보들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시스템에, 또는 누군가의 개인 파일에 각각 흩어져 있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떠한 정보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리스트업 해서 우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리스트업 된 Data를 분류 기준에 따라 재정리를 한다. 분류 기준은 우선 조직 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수준의 분류면 충분하다. 향후에 이 분류들은 접근하고자 하는 인사적 이슈 사항들에 따라서 재분류가 필요하기도 한다.


그다음은 Issue Finding이다. 우리 조직에서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이슈, 경영진이 가장 궁금해하고 해소가 필요한 이슈를 정의하자.


Data가 모여 있다고 해서 그 Data를 보면서 무엇을 끌어낼까 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무엇을 할지도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목적 없이 수행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 작업은 우리가 Data Analysis를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목적으로 수행할지에 대한 지향점에 해당하므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우리 조직에서 이슈라고 해왔던 것들이 정말 이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실제 사실인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 잘못된 인식인지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이슈는 반드시 사실에 기반한 이슈여야 한다.


다음은 Issue에 대한 가설 수립 과정이다.  Issue에 대한 가설은 다양한 Document Review, 인터뷰 과정 등을 거쳐서 실제 '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가능한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보통은 3~5가지의 예상되는 원인을 리서치에 의해서 찾아서 인터뷰 과정 등을 거쳐 그러한 원인 가설들을 인과 관계에 의해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가설을 뽑아내게 된다.


그러한 가설들이 수립되게 되면 이를 이용하여 Data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만약 검증을 위한 Data가 없다면 관련 Data를 다시 수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설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그 가설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통계학적 방법들을 이용하여 검증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HR은 많은 Insight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검증하고자 하는 이슈뿐만 아니라 그 이슈를 검증하기 위해 Data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인식과 다른 결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한 Insight들은 Data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Data가 아닌 역할에 대한, 또는 HR 운영에 대한 Insight들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HR이 해야 하는 일은 Data관리자가 아니라 Data Insight Provider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Data를 꾸준히 수집하고, 관리하고, 분석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HR의 전문성이 되고, 조직 내에서 요구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해야 할일 - 사업에 집중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