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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때 Aug 07. 2023

야, 너두 실수할 수 있어 1

당신의 화는 알고리즘으로 강화된다.

"oo아파트 입주자 모임"

내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단톡방이다.  주민들이 알아야 할 공지사항이나 정보 공유 목적으로 개설된 방이다. 얼마 전 나도  이곳에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의 이용시간을 물었고 지역 주민 중 한 명이 친절히 답도 해주었다. 그런 공간이었다. 이곳은...

그런데 얼마 전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누군가 먹다 남은 아이스아메리카노 플라스틱 컵을 주차장 바닥에 버려둔 걸 찍은 사진이었다. 

"누가 이런 몰지각한 짓을 하는 걸까요? 우리 동 주차장인데, 우리 동에는 이런 예의도 상식도 없는 사람은 없겠죠?"

진에 뒤이어 올린 글이다. 00 아파트에 살고 있는 102명의 주민들이 이 주말 아침부터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철저하게 망신당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었다.


                                                                                                                    



한 카페에 누군가가 프린터를 가져왔다. 프린터 한 종이가 아니다. 프린터 기기를 가져왔다. 평소 카공족(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키고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한 카페 사장이 인터넷 카페에 프린터 사진과 함께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것이 인터넷 기사화가 되어 네이버 메인 기사에 올랐다. 내 기억에 같은 내용으로 메인기사가 2,3개 노출된 적도 있었다. 한 일주일 동안은 그 기사로 떠들썩했었다. 화제가 된 기사이니 댓글은 수백 개 달렸다. 추천순으로 댓글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온통 카페 손님에 대한 비난 투성이다. 행여나 손님의 사정을 들을 수나 있으려나 댓글을 몇 번이나 넘겨보아도 1도 찾을 수 없다. 사람들은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신이 난 것일까?


부정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뇌는 잔잔하고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에 더 강하게 집중한다. 긍정적이고 선한 얘기가 인간에게 더 큰 영향을 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악한 얘기들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를 포함한 인간들의 이 비합리적인 특성들을 내 손에 들린 이 핸드폰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핸드폰 속 각종 미디어의 알고리즘들이 교묘히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 SNS, 유튜브들의 목적이 무엇일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너랑 나랑 친구로 이어지는 것? 전 인류가 공평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누리는 것? 아쉽게도 그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진짜 목적이 아니다. 늘 우리가 망각하는 그들의 최종적이고 보다 노골적인 목적은 바로 광고수입이다. 이들의 알고리즘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자신들의 미디어에 오래 동안 붙들기 위한 체계이다. 그래야 그들의 광고 또한 우리에게 오랜 시간 노출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야 그들의 광고수입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뇌를 붙잡아두기 위한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우리 손바닥 위에서 펼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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