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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때 Mar 26. 2024

명상으로 다이어트합니다.

내가 체중이 늘고 있는 주요한 원인은 매일 한번씩 퇴근 후에 일어나는 폭식 때문이다. 이 폭식의 습관은 꽤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부터 아이들이 잠든 육퇴의 시간 동안 많은 폭식을 했었다. 최근 복직을 한 이후에는 퇴근 후에 폭식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통제의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육아는 결단코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이들은 나와 다른 인격체이므로 그들은 늘 나와 다른 생각,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 변화와 변덕의 욕구들에 늘 맞춰줘야만 하니, 나에겐 늘 육아가 고난도의 일이었다. 

최근에는 일이 그렇다. 20여년의 직장생활 중 절반의 가까운 시간을 쉬고 복직을 했다. 마치 수년동안 냉동되어있던 인간이 현재의 시간으로 내던져지듯 나는 새로워진 전산화면, 규정, 업무방식, 분위기 등에 ‘와, 이런 세상도 있구나’ '이런 세상도 오긴오는구나'하며 어리둥절한 상태다. 내 힘으로는 통제 못할 무지함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러니 집에 오면 또 폭식이다. 

폭식(暴食)은 폭력(暴力)의 식사다. 폭력은 무자비하게 강인한 통제력의 행사이다. 나는 폭식으로 내 내면에 있는 강렬한 통제의 욕구를 충족한다. 우걱우걱 거칠게 음식을 먹고 음식은 먹임을 당한다. 최대한 많은 음식을 도륙하며 나의 강인함을 밥상 위에서 실현하려는 것이다. 

폭식을 끊으려 몇번이고 다짐을 해봤지만 퇴근 후 가방을 거실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제일 먼저 허겁지겁 부식창고부터 뒤지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나를 위한 주전부리를 저장해둔 곳이다. 오늘은 이 빵에게 본떼를 보여줘야지, 오늘은 이 과자를 흠씬 혼내줘야지. 요 초콜릿 이 놈 욕 좀 봐라…. 

그러나 그 폭력들은 늘 후회로 끝났다. 세상사는 폭력이 아닌 대화로 풀어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폭력이 아닌 대화. 늘 허무함과 죄책감으로 마무리되는 나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이제는 거둬들여야할 때임을 안다. 음식들에 대한 폭력을 거두고 그들을 대화의 상대로 격상시켜주기로 결심했다. 그와 더불어 내 내면에 강하게 자리잡은 통제의 욕구 또한 들여다 봐주기로 했다. 


우선, 음식을 폭력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바라봐주려면 음식을 내 통제의 대상이 아닌 그것 그 자체로 들여다봐주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이해, 나에 대한 이해를 나눈다는 것이다. 이해는 그 사람이 이 지점까지 오게된 여정을 알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음식과 폭력이 아닌 대화를 나누려면 음식이 여기까지 온 사연에 귀기울여줘야할 것이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면 껍질에 새겨져있는 상처 하나하나를 들여다봐준다. '너도 이만큼 자라기 위해서 많은 풍파와 부침이 있었구나'하고 마음으로 얘기해준다. 그리고 이것이 여기까지 올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수고로움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임을 떠올려본다. 

자연에서 비롯된 생명체가 땅과 가지를 떠나 80억명의 지구인 중 하나인 나에게 온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것인지를 상기시켜준다. 그러니 나는 이것을 내 입으로 소중히 먹고 내 몸이 그 에너지로 오늘 하루 보다 가치있게 살리라 마음 먹어본다. 이리하면 음식 재료를 다듬고 씻는 지난한 과정이 가치있게 느껴지고 덩달아 행복감이 스며든다. 나는 폭력이 아닌 대화를 할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조리한 음식을 먹을 차례다. 이 때가 중요하다. 명상적으로 먹는 마인드폴(mindful)식사라고 얘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먹는 것이다. 천천히 먹어서 이 음식이 입안에서 어떻게 씹히는 지 자세히 들여다봐주며 먹는 것이다. 음식을 씹고 있는 내 입안의 감각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천천히 먹게 되는 것이다. 입안의 혀의 움직임, 내 치아의 저작활동, 입안의 침이 생겨나 음식과 어떻게 섞이고, 내 혀와 입의 근육이 어떻게 씹어낸 음식을 삼키는 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내가 시도하고 있는 음식과의 대화이다. 바쁠 땐 특히 아침 출근 시간에는 밥그릇을 두고 이런 대화를 할 여유는 없다. 아이들이 밥상머리에서 온갖 심부름을 요청할 경우에도 음식과는 대화불가다. 매끼니 마다 자주 시도는 하지 못하나 잠깐의 찰나의 순간이라도 음식에 대한 관찰을 하게되면 훨씬 식사 시간이 품격있어진다. 우적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음식에 대한 폭력성을 다스리려면 이것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이 것 외에도 내 일상에 전과는 다른 노력들을 새겨두어야 한다. 여러 부가적인 노력들은 다음 글에서 이어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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