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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Y GOODY Feb 19. 2022

[구.말 EP 01] 분석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데이터 분석가를 준비했었다.

#1.


데이터 관련 국비 교육을 수료한 19년 6월.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업이 대충 유망하다고 해서

6월부터 2달 간 합숙 교육을 받았더니

"오! 나 데이터 분석가 해야지" 라는 꿈이 막연히 생겼다.


근데 막상 신입으로 지원하기 위해 회사에 들이민 자료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막 끄적여 본 이력서,

국비 교육에서 팀원들과 대충 만든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딱 그 정도 뿐이었다.


당연히 노력은 많이 했다.

밤새워가며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상하고, 면접 준비도 하고.

몇십 군데나 되는 곳에 입사 지원을 넣고, 떨어지고..


그렇게 20년 2월,

의료기기 장비를 개발하고 다루는 하남의 한 중소기업에서

내게 인터페이스 개발자로 합격 통보를 보내왔다.


솔직히 그때는 기뻤다.


서울경기권은 놀러만 가본 곳인데, 그 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게 되다니!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입사라니!
난 성공한 인생이야.

입사는 3월 2일부터니까, 그 전에 부랴부랴 준비해야지.
3개월 단기로 월세 6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일주일만에 잡고 입주했고
집도 꾸미고, 정장도 새로 맞추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바꾸고...


그리고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나 지금 왜 행복해하지?
지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




#2.


입사 2주 정도를 남기고 갑작스럽게 내적 고민에 빠졌다.



난 분명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었다.

근데 뜬금 없이 개발자를 하게 될 지경이다.


물론 내가 가려는 이 기업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어떤 데이터들을 정제해서 분석하고 시각화함으로써 인사이트나 새로운 전략을 도출하는

그런 기획적인 직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 이쁘게 분석해서 다른 사람들 설득시키는 직무랄까.


물론 코딩에도 관심은 많았다.

근데 왜 지금 가려는 이 곳이 마음에 썩 들지 않을까.

왜 개발자 말고 굳이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을까.



혼란스러웠다.




#3.


고민과 고민 끝에 한 결과가 내적으로 나왔다.


직무를 몰라서, 채용시장의 Trend를 몰라서 그래.


내가 아직 사회초년생 신입지원자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직무이해도가 낮았고,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몰라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당시로는 내게 갑자기 엄청난 생각이 번뜩 나서는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교육시장!


수능이든 실무교육이든 어떤 교육이든

트렌드를 많이 알아야 하는, 알 수 밖에 없는 시장이 바로 교육시장이었다.


단순히 직무 이해가 낮고 직무 트렌드를 몰랐기에 이 시장을 노린 것도 있지만,

데이터 분석가에게 있어 가장 핵심되는 역량은 "코딩보다 트렌드 이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마침 내가 국비교육 끝나고 대학교에 돌아가서 데이터 분석 학습 동아리도 창설했겠다,

이걸로 포트폴리오를 짜보면 좀 먹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교육기업을 많이 찾아봤고,

지금의 러닝스푼즈를 찾았다.


가려고 했던 기업으로의 입사를 열흘 앞두고 있었던 나는

바로 러닝스푼즈에 입사 지원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4.


다음달(22년 3월)이면 러닝스푼즈라는 회사를 다닌지 2년째 되지만

솔직히 난 아직 내가 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나는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PM"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주된 업무는

데이터사이언스와 관련된 아티클을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인맥을 링크드인, 카카오톡에서 찾아 연락하고

강사로 소싱해서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교육 기획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데이터 분석과 AI 쪽에 대해 트렌드만 잘 알고 있다.

데이터 분석 일은 하고 있지 않다.

교육 기획이라는 일을 하다 보니 분석 일을 해볼 시간이 안난다.

핑계같겠지만, 정말 시간이 잘 안난다.


내가 만든 교육 컨텐츠의 성공을 위해

우수한 강사님을 섭외하고

질 좋은 커리큘럼을 생각해보고

영상이나 글로 내 스스로를 팔아가며 교육 컨텐츠를 마케팅하고 있다.



또 다시 혼란스러웠다.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업무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옛 생각과 달리

당장에 사내 적재되어 있는 고객 데이터, 상품 데이터조차 분석할 수 없다니.


회사는 참 좋지만, 사람도 참 좋지만.

지금 일도 많이 익숙해졌지만.


난 데이터 분석 일을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21년 6월에 퇴사를 준비했었다.


참 웃기게도, 난 지금 러닝스푼즈에 여전히 있다.


이전에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보고는

아직 퇴사 안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말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분석 일 하려고.




#5.


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잊어가던 파이썬 문법을 온라인 강의로 다시 복습하고 있고,

취미로 즐겼던 개발을 각종 도큐를 보며 다른 방식으로 해보기도 하고,

사내 DB를 설계 구축하는 강의를 들으며 실제로 사내에 적용해보려고 하고 있다.


지금 내가 러닝스푼즈에서 일하는 이유는

데이터 교육 기획을 넘어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싶어서다.

사내에 적재만 되어 있는 데이터들을 통합 DB로 잘 구축하고

대시보드를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전략을 도출해내고 싶다.


매니저가 아닌 분석가로 불리고 싶다.


그럼 또 어떤 사람들이 물어본다.

"언제부터 분석 일 할 수 있는데?"


난 대답한다.

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



#부록.


엄연히 따지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와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는 다른 말이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는 말은 해선 안될 말이다.

"때"라는 것은 본인이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댈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배우고 학습하고 터득해서 "그 때"를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내가 말하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은

그 때가 오지 않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때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분명 나처럼 과거의 결정에, 지금의 일에 만족하지 않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총괄하여 운영하는 데이터 분석가 양성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와서 배우는게 아닐까?

데이터 분석을 하는 때를 찾아가기 위해..



난 내가 데이터 분석하는 때를 찾기 위해 다시 노력하고 있다.

지금 하는 교육 기획 업무에 소홀하지 않고

내가 핑계대는 시간을 쪼개어 데이터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가 실현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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