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즐거움에 빠지다
"안녕하세요 000서치 000 이사입니다. (주)레 드윗의(대전 근무) 개발 직무 문의드립니다. 상세 내용은 e-mail로 드렸습니다."
신종 스팸인 줄 알고 무시했는데 다음날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다시 왔고 전화까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문자 드린 000 서치 000 이사입니다. 0코0아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드려요. 대전에서 연구노트 관련 스타트업에서 개발직군 모집 중인데 좋은 기회일 것 같아요. 면접 보 실생각 있으시면 문자에 보내드린 대로 이력서를 보내주세요."
짧은 전화 한 통이었다. 전화를 끊고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듣던 헤드헌터인가 왜 헤드헌터가 나한테? 그리고 정보보호 전공인데 왜 개발 직무로 연락이 오지? ( 정보보호 전공을 했지만 개발보단 분석을 했기 때문에 개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 흐음... 그나저나 스타트업이면 힘든 거 아니야?' 등등 호기심반 두려움 반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이력서를 보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일정이 코 앞이라서 시간은 별로 없더라도 회사에 대해 알고 가야 하는 게 예의 아닐까?, 라는 생각에 레드윗에 대한 검색을 시작하였다
검색 후 얻을 수 있었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1. 레드윗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 연구노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이다.
2. 2019년 8월 1일 회사를 설립한 따끈따끈한 스타트업이다.
3. KAIST의 젊은 학생들이 모여 뜻을 함께하고 있다.
4. 2019년 상반기 E*5 KAIST(*E*5 KAIST - KAIST 대표 학생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창업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의 최우수팀으로 선정되었으며,
5. 시드머니를 투자받은 회사이다.
그때 당시 보도자료가 많지 않았기에 위 내용이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전부였지만 아이디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어? 대학원 때 프로젝트 마감시기에 몰아서 연구노트를 하나하나 수기식으로 작성하는 게 너무 짜증 나고 이걸 왜 이렇게 작성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솔루션 회사구나... 오호 괜찮은데? '
'블록체인을 맛보기로 공부해서 개념만 있던 나는 블록체인을 실제 활용하는 게 과연 될까?'
그렇게 면접 준비보단 레드윗 회사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시간을 보내고 면접을 보는 시간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면접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살짝 들뜬 감정이 있었지만 심한 긴장감도 없었고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 버스에 몸을 맡긴 채 면접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웬걸, 면접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두 곳의 지문인증이 필요했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승해 무사히 면접장소에 갈 수 있었다. '우와 이것이 KAIST 보안인가?'이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가지며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면접관 세 분과 함께 면접을 시작하였다.
그때 당시 면접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아래와 같은 대화들이 오갔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고 하면 어떻게 배우고 얼마나 걸릴 것 같으세요? "
"입출력을 처리와 기본적인 반복, 조건, 함수 등의 대한 문법만 빨리 익히고 간단한 코드들을 작성하면서 카피 코딩을 진행하고 시간은 으음... 일주일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
( 이때는 몰랐다.. 이 일주일이 얼마나 큰 생각의 차이을 보여주는 것인지... )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도소매 식자재마트에서 홈페이지 관리 아르바이트로 들어갔는데 택배 송장 붙이기, 전화받기, 회계관리 등 전반적인 사무직일도 담당하고 있어요. 힘은 들지만 1시부터 5시까지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하는 게 재밌어요."
"개발은 어떤 종류를 해보셨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개발은 학부 때 수업 과제와 석사 때 데모를 위한 개발 정도만 해봐서 딱히 개발로 어떤 것을 해보았다고 말씀드리기는 애매합니다."
이외에도 내가 블록체인에 관련해서 질문하기도 하고 연구노트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하며 일방적인 질문보다는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면접인 듯 아닌듯한 면접이 끝났다.
나는 면접이 끝나고 마치 합격한 것처럼 회사 한번 둘러봐도 되냐고 물어봤고 사무실을 살펴보면서 '오호 좁긴 한데 저기에서 일하면 되는구나'란 생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무슨 자신감으로 저랬는지 모르겠다... ) 그렇게 며칠 뒤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고 그렇게 레드윗러가 되었다.
만족한다! 내 가치관에 맞는 훌륭한 회사이다. 무엇보다 개인을 존중해주고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며 워라밸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몇 가지 레드윗 문화가 있다.
1. 수평적인 조직문화.
우리는 서로 영어 이름으로 호칭하며 부르고 '님'자를 붙이지 않으며 존댓말을 사용한다.
"만다, 이 부분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2. 자유 속에 강한 책임감.
주 40시간 근무에 월~목 1시부터 5시까지 Office hour를 정해놓고 자유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간에 쉬는 것도 물론 된다. 숙직실에서 자는 것도 물론 된다.
다만 한 달, 한주, 매일을 기준으로 각각 미팅(전체 미팅, 스프린트 미팅, 데일리 스크럼)이 존재해서 맡은 임무에 대한 이슈사항을 체크한다. ( 이렇게 한 이유는 만약에 목표치를 못 이뤘을 경우 면박이 아닌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이슈사항을 같이 해결해나가기 위한 제도이다. 이는 개인-팀-회사가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OKR 보드를 다음 프로젝트 때 도입한다. )
따라서 우리는 그 누구도 야근하라고 지시하지 않지만 필요에 따라 야근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솔직하게 말하고 쉬며 맡은 임무를 완성시키려고 한다.
3. 끊임없이 발전.
이 부분은 앞서 초기 스타트업 개발팀의 성장기 글에 담겨있다. 우리는 레드윗 문화를 만들어가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치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는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급수가 수렴하듯이.. 크흠 ) 그 길을 우리 레드윗은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끊임없이 고친다는 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잘되는 것 같은데 왜 고치냐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고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가 동반되고 팀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3개월 이후)
문득 밥을 먹다가 나를 뽑은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3개월 차를 접어들며 레드윗에 대한 감상을 주마등처럼 적어볼까 하는데 3개월 전에 저 면접했던 거 기억나세요? 저 뽑은 이유가 뭐예요?"
"만다가 당시에 알바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다하는데 싫어하지 않는 모습이 딱 스타트업 마인드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언어 배울 때 접근하는 방식이랑 습득 시간이 맘에 들어 인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
다음 내용은 신입 개발자와 시니어 개발자의 인식의 차이를 신입 개발자의 눈에서 풀어보는 글로 찾아오겠다.
작성자 : Manda (wooramlee@redwit.io)
아직은 개발이 서툰 그러나 즐거워하는 개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