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30대 후반에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자칫 장애로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삶의 의지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때에 내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화가가 바로 프리다칼로이다.
프리다칼로(1907. 7. 6 ~ 1954. 7. 13)
멕시코를 대표하는 그녀는 20세기를 풍미한 초현실주의 화가로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절망과 고통을 오직 예술로 승화했다는 데서 눈물겨울만큼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병상에서 그리기 시작한 자화상에 자신의 아픔과 삶, 인생과 경험, 환상들을 초현실기법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나 역시 두 달 동안 좁은 병상에 갇혀 자칫 장애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절망감에 빠져있었던 상황들을 떠올리자면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온전한 몸으로도 좌절하기 쉬운 것이 인생이지만 프리다칼로는 그러한 상황들을 오히려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상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했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내가 자화상을 그렸던 이유는 홀로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며, 동시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
프리다칼로는 여러 차례의 수술의 후유증으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맞닥뜨렸으나 포기하지 않고 침대에 이젤을 설치하고 누운 채로 그림을 그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그녀는 멕시코에서의 첫 개인전 때 침대에 누운 채 참석했으며 그 이듬해 고통스러운 삶을 마치고 비로소 안식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그녀의 나이 47이었다.
프리다칼로의 포기하지 않은 정신세계와 독특한 예술이 오늘날 수 많은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듯이 부족한 나에게까지 도전은 물론 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는데서 그녀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후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습작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작가라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렵게 지켜낸 이 삶을 결코 낭비하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내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