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의 비주얼에는 연출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매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부딪히는 상황을 하나 꼽으라면, 매출과의 대립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내가 매장에 오래 있으니 내가 매장을 잘 안다는 식의 주장으로 매니저나 점주의 성향과 대립해야 할 때가 있다. 사실 매장에 오래 있다는 것은 본인 매장만 본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갇힌 사고의 틀 안에서의 시각을 갖게 된다.
"우리 매장은 A상품이 잘 나가서 A상품만 진열하는데, 다른 매장에는 어떻게 진열해요? 다른데는 뭐가 잘 나가요? 본사에서 코칭 좀 해줘요."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며 진열하다 보면 VMD도 다른 곳에 적용할 만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매장에서도 다양한 진열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함께 보여주게 되어 그야말로 윈윈이다. 브랜드 본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팔아야 할 시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고객에게 프리젠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별 코디네이션 제안이 있다. 또한 물류에서 매장에 도착한 상품들 중에서 브랜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 방금 도착한 상품들을 기준으로 보여준다. 물론 착장 시기보다 2~3주 미리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다.
본사 직원과 기싸움을 하려고 하는 분도 계신다. 어떤 상품을 연출해도 안이쁘다. 사이즈가 없다. 이 지역 손님들이 싫어하낟...등의 말과 함께 팔장을 끼고 뒤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는 모습이 윈도우에 스치듯이 비칠 때,,, 정말 기분이 안좋다. 기분이 안좋으면 일 하기가 싫어지고 빨리 일을 끝내고 매장에서 나가고 싶어진다. 왜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데 그걸 모르는 걸까,,, 우리 일은 마음이 가면 상품 하나라도 더 이쁘게 연출하려고 애쓰고, 구석구석까지 신경쓰며 하게 되는데 말이다.
매장의 비주얼에는 연출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팀원들이 매장 방문 후, 연출 전 사진과 후 사진을 단톡방에 올린다.
사진을 보며 왠만하면 '엄지 척!'을 날려 주지만, 때때로 " J대리, 오늘 엄청 하기 싫었나보네~" 이렇게 말하면 "팀장님, 수정 사항 알려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또는 "어떻게 아셨어요?" 이런 대답을 듣는다.
딱히 꼬집어 수정할 건 없는데 뭔가 매장이 건조하고 따뜻함이 없다.
" 응~ 사무실 와서 얘기하자."
결국 들어 보면 온갖 히스토리를 듣게 된다.
매장을 만지고 상품을 만지고 다듬고, 연출하고 정리하고 하다 보면 딱 이쁜 포인트가 있다.
그 때 뒤로 확 물러나서 사진을 찍어댄다.
그 순간을 이쁘게 남기고 싶어서다.
마음이 가장 깃들여진 시간의 공간이다.
매장의 비주얼에는 연출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