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 중 분명 한 사람이다.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가닿게 할 수 있는 것은 부러운 능력이다.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공감했고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정보로부터 나도 군대 속에서 일상적으로 러닝을 지속하게 되었다. 근데, 그는 왜 달리는 것일까?
그렇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무슨 일에나 품을 들이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글자로 써보지 않으면 어떤 사물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달리는 의미를 찾기 위해 손을 움직여서 이와 같은 문장을 직접 써보지 않을 수 없었다." 8p
어떤 것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글을 써봐야 하는 사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깨달았다.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출 수 없는 것은 제대로 생각하고 싶기 때문이고 제대로 생각하고 싶은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만큼 진지하게 대하고 싶은 나름의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116p
아주 적은 이유를 스스로 무시할 때가 많다. 그것은 사실 아주 극적인 이유를 기다리는 것인데 내 삶에 찾아오기는 힘들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기다리는 것보다 아주 적은 이유를 부지런히 단련해 나가는 일에 관심이 간다.
"말하자면, 인간의 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정도이다.(이하 생략) 130p
'정신특성=육체특성'이라는 것을 그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스스로의 단절과 고립의 느낌을 치유할 수 있었으며 결국은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해서 하루키라는 종합적 경향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 달리기와 글을 쓰는 일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가진 정신과 육체의 특성은 무엇이며 서로 간에 어떠한 밀접한 영향이 작용하고 있는가? 나의 종합적 경향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의 내 객관적 특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문단으로 읽었다가 내게 적용해 보니 계속 곱씹게 되고 곱씹을수록 어려워졌다. 아마 제대로 생각하고 싶은 때가 찾아오면 그때 이에 대한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2022년 12월 군 입대 후,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와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욕망으로부터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를 과묵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래, 계속해서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