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딴 건 없다. 작은 돌멩이를 모으자
이제 다음주가 되면 내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 30살, 부모님 세대가 볼 때는 아직 한창 젊고 좋을 때지만 또 주변 친구들이나 20대들이 봤을 때는 '아저씨'다. 나 역시 20대 초반에는 30살이 되면 적어도 통장에 1억은 있고, 직장에서 과장 하다못해 대리급 이상으로 다니며 나의 커리어를 멋지게 쌓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많은 30대가 그러하듯 나 역시 1억은커녕 1/3을 겨우 모았고 직장 커리어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물론 내가 20대 초에 남들은 다 끝내는(?) 진로선택을 이제야 부랴부랴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내가 20대 때 마냥 놀기만 한건 아니다. 20살에 말레이시아에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마지막 학기에는 네덜란드 대학에 다녔고, 각종 자격증과 한 동안 요양원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30살이 되는 시점에서 돌이켜 보니 이러한 도전들이 전부 '여러 개의 작은 돌멩이'같아 보였다. 크고 멋진 바위를 갖고 있어야 하는 시점에 작고 볼폼없는 여러 개의 돌멩이라니. 심지어 주변에서는 "그래서 지금 얼마 버는데?" "그게 돈이 되긴 해?", "그래서 네가 잘하는 게 뭔데?"라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어디다 내놔도 볼품없는 여러 개의 작은 돌멩이 이것이 나의 30대인가...' '지금이라도 큰 바위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하며 스스로 20대의 마지막을 우울로 보내고 있던 찰나 이런 나를 본 여자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30대에 관한 심리학 책을 사줬다. 그것도 무려 7권이나. 다행히 평소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마침 인생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그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했던 수많은 도전들'이 '이 작은 돌멩이들'이 쓸데없는 도전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애초에 쓸데없는 도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돈'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작은 돌멩이들을 한탄하며 큰 바위를 갖고 있는 남들과 비교만 했지 정작 이 돌멩이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은 돌멩이들로 멋진 돌담을 쌓을 도 있고, 돌탑을 만들 수도 있다. 작은 조각을 해도 되고 하다 못해 여러 돌멩이를 갖고 놀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나와 같이 아무 경력도 스펙도 없이 그저 작은 여러 개의 돌멩이를 갖고 있다면 슬퍼하거나 인생에 회의감 따위는 가질 필요가 없다.
한 번의 큰 도전도 중요하지만 작은 도전을 여러 번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 방향으로 쭉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여러 방향으로 돌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오늘 했던 작은 도전이 당장 인생에 아무 변화를 주지 못한다 한들 언젠가 당신의 인생 돌탑에 반드시 필요한 날이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