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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윤 May 25. 2020

시작하는 마음: 리뷰 같지 않은 리뷰

 

  아직 콘텐츠를 접하지 않은 사람도 스포일러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관계 없는 리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쓴다. 

  물론 이를 표방하는 리뷰는 무수히 많다. 그래도 굳이 차이를 둬 보려 말을 덧붙이자면 내가 쓰는 리뷰는 리뷰하면 으레 떠오르는 리뷰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누가 등장하고, 어떤 내용인지는 내 리뷰에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콘텐츠를 접하고 난 뒤 내가 느낀 감정이나 이야기를 꺼내놓을 뿐이다. 그게 시로 불릴 수도 있겠고, 소설로도 불릴 수 있겠지. 장르의 파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쓰고 독자들이 불러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게 시인지 소설인지 리뷰인지 잡문인지…… 주정처럼은 안 보였으면 좋겠다.

  이름하여 ‘리뷰 같지 않은 리뷰’. 줄여서 리같리. 별다줄이고 네이밍이 구려도 이런 이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후보를 잠깐 소개하자면 ‘그래서 이게 리뷰라고요?’, ‘침해하지 않는 리뷰’, ‘볼 땐 보더라도 리뷰 한 편 정도는 괜찮잖아?’ 정말 내가 봐도 할 말이 없는 후보들이다. 도미노처럼 줄 세워 놓고 툭 쳐서 쓰러트리고 싶다.

  그래도 이건 또 말하고 가야지. 여기서 말하는 스포일러는 ‘음원이나 영상에 대한 불법 다운로드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스포일러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 특히 네티즌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는 뜻으로 잡겠다. 

  지금 내가 쓰려고 하는 리뷰는 스포일러와 과감하게 결별을 선언하려는 리뷰다. 밍기적 붙잡아 보려고 들러붙지 않겠다.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감상평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려고 하지 않겠다. 그럼 이게 무슨 리뷰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콘텐츠를 보고 나서 쓴 글임을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리뷰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본다. 타인의 감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혼자서 봤으나 홀로 체감하고 싶지 않은 느낌.


  

우리, 전깃줄도 좋은데 달을 보죠. 항상 떠 있는 저 달을 찾아 보죠.


  평소 난 어떤 콘텐츠를 보고 난 뒤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자주 읽곤 한다. 나와 다른 타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콘텐츠를 받아들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반대되는 입장을 취한 글에는 비눗방울 막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달라 붙어있는 비눗물처럼 반발하기도 하고, 비슷한 입장으로 쓴 글을 보면 허공에서 떠다니는 비눗방울처럼 동그랗고 빛나는 감흥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반대되는 입장인지 비슷한 입장인지가 아니다. 리뷰를 읽는 내 마음 기저에는 리뷰를 쓴 사람과 연결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깔려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뷰의 양상은 작품 얘기가 주를 이루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일궈놓은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온 콘텐츠는 원형으로 자리 잡는다. 지금 같이 전 세계가 같은 원형을 공유하면서 쉴 새 없이 패러디와 이차 창작물이 생산되면서 원형은 오히려 그 힘을 더해가고 있다고 본다. 바로 원형을 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차 창작물을 보고 나서 원형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정말 많다. 그러니까 바야흐로 원형과 이차 창작물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다. 상대적으로 밀려난 사적이고 개개인의 이야기는 더 중요해진다. 취향은 더욱더 세밀하게 분화되고, 변화는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혹자는 이런 글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나 쓸모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나 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도움이나 쓸모가 되는 글을 읽으면 된다. 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도움과 쓸모를 두루 품고 있는 글을 낮게 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글쟁이가 돈 벌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은 더욱 아니다. 이런 글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글을 원하는 사람이 있듯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가장 좋은 건 이런 글과 저런 글을 곁에 두는 일이겠으나 그 일은 나에게도 요원하므로 굳이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시대. 원형으로 존재하는 콘텐츠를 독자가 재생산할 수 있는 시대.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느긋하게 올라올 리뷰 같지 않은 리뷰, 줄여서 리갈리를 모쪼록 많은 분이 읽어주셨으면 한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내 리뷰를 읽고서 다글 각자의 리뷰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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