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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르 Nov 21. 2020

익숙하고 낯선 나의 한국 4

배달의 민족

밤 12시 20분.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남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들뜬 표정으로 마스크를 챙겼다. 요기요 어플로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지내며 가장 그리웠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배달음식이다. 왠지 주방 근처에도 가기 싫은 날,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밥솥을 열어보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 벌러덩 드러누워 핸드폰으로 음식 주문하고 싶다.. 아아 한국 가고 싶다.” 





 물론 독일에서도 요즘 음식을 배달해주는 업체가 많이 생긴 편이지만 절대 한국의 그것만큼 나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2주간의 자가격리는 그리웠던 한국의 배달음식을 마음껏 즐길 좋은 핑계였다. 장 보러 나갈 수 없으니 매일 밥을 해먹을 수도 없지 않은가. (마트에서도 배달이 되지만 모른 체하기로 한다) 깔끔한 디자인의 배달 어플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고른다. 이미 정해둔 음식이 있다면 주문과 결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독일에서 그리워했던 건 집으로 배달된 음식 자체뿐만이 아니다. 알록달록 예쁜 디자인의 어플과 그 안에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무궁무진한 종류의 음식들. 그리고 빠른 배달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는 즐거움을 나는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주문을 마치고 티브이를 보며 깔깔 웃다 보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기다리던 음식이 도착했다. 음식을 배달해주시는 기사님들은 자신의 손에 들린 따끈한 음식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여보세요? 치킨인데요” “족발인데요” “아 여기 해장국인데요” 


 전화를 받은 남편은 서둘러 마스크를 챙겨 쓰고 음식을 받아온다. 비록 매우 늦은 시간의 야식이지만 이 시간에 배달이 가능한 것에 놀라고 그 맛에 한 번 더 놀란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외친다. 한국에서 찐 살은 독일 가서 빼자!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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