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Apr 25. 2020

없으면 혼나는 생리대

아직도 이해를 할 수 없다

처음 생리를 시작할 무렵부터 청소년기에는 생리주기가 들쑥날쑥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게 그다지 주기적이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생리를 시작한 나는 중학교에 와서까지도 그 주기가 일정치 않았다.

수업 도중에 느낌이 이상하여 화장실에 가면 혈흔이 터져있기 일수였고 때문에 항상 생리대 한두 개씩은 가방에 넣고 다녔다. 이는 나 개인뿐 아니라 이 나이 때 여성 친구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두 번 생리대가 없는 날에 생리가 시작되면 보건실에 가 보건 선생님께 생리대를 받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데, 어떠한 쓴소리 없이 생리대를 받은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다. 불행하게도 그때에 나는 걱정과 짜증을 구별해 낼 눈치가 있었다.

 다음부턴 안 줄 거라던 말, 갑자기 터져서 그랬다는 대답에 그럴 때를 대비해서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라던 말. 글로 읽으면 걱정의 소리지만 대화는 수많은 비언어적 요소로 작동된다. 그 표정과 제스처, 말투를 똑똑히 기억한다. (물론 나에게만 그럴 수도 있고 그때의 어린 나의 말투도 감안해 보아야하 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귀찮음일 수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생리현상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여성이라는 성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고 생리를 하는 것 또한 나의 의지가 아니다. 그저 자연적으로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지 나의 책임은 없다. 생리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이 또한 어쩔 수 없지는 않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부작용 없는 약 하나 없고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사더라도 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다)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수 물러도, 생리대 정도는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생리대를 바라는 것 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자율 생리대를 배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 물론 중고등학교 때 자판기는 있었지. 급할 때 돈이 없었을 뿐.

 

갑자기 정부의 지시 하에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유해물질이 없는 것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를 자율 배포하라는 것은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너무나 큰 욕심인 것을 안다. 그러나 최소한 공교육 아래에 의무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율적으로 배포하는 제도를 과연 나만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5-1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어서 지금의 상황은 모른다. 나의 바람은 내가 착각하고 정보가 부족하여 이러한 글을 쓴 것이지 이미 지금의 학교들은 학생이 아무런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생리대를 쓸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결핍의 존재, 나의 가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