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언제나 "인연"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2017년 10월 27일 여수 여행을 다녀오고 결심했다.
퇴사하기로...!
"팀장님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저 퇴사 해야할 것 같습니다."
팀장님에게는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아니 연구씨 갑자기 왠 퇴사야~? 뭐 힘든거 있어? 부서 이동 또는 지역 이동 원해?"
"아니요...저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어서요."
사실 이말이 더 청천벽력같은 소리로 들렸을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팀장님은 나에게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며 2주의 시간을 주셨지만 나는 퇴사의 의지가 확고했다. 왜냐하면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될 건물을 이미 계약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 퇴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니...이미 퇴사를 되돌 릴 수 없었다. 그래도 무책임한 사원으로 기억에 남고 싶지 않아 회사에도 충분히 시간을 드렸다. 그렇게 11월 한 달 동안 인수인계를 책임지고, 퇴사까지 근무 소홀하지 않겠다며 약속을 받아냈고, 결국 2017년 12월 1일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생각보다 제주도로 가기 위한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하루만에 자취방에 모든 짐을 실었다. 그리고 하루만에 탁송보낸 차량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에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동문시장에 들려 한라산 소주에 회 한접시를 후딱 해치우고 계약한 건물로 들어왔다. 제주도에서의 하루하루는 아직 실감이 안났다. 마치 제주도에 여행을 온 것처럼 내 마음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했다.
계약한 건물은 기존에 펜션으로 운영되던 공간이었고, 먼저 퇴사 후 리모델링을 계획했던 친구는 전체 리모델링을 원했고, 나는 사용가능한 것은 살리길 원했다. 우리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전재산을 투자했지만 턱 없이 부족했다.
공사가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인테리어 업자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연락을 해보았지만 소식은 없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인테리어 업체가 미등록된 사기업체 였다는 것을....
침대 매트릭스가먼저 도착했던 어느 늦은밤, 친구와 나는 새 매트릭스의 포장 비닐도 뜯지 않은채로 누워서 말했다. 우리 시작도 안했는데 망했냐고.....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다. 여전히 널부러져 있는 수많은 자재들을 보고 망연자실이었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당연 내 전재산이 들어갔으니까...그래서 셀프로 시공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직접 하기로 했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도배와 재료등 인테리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들을 찾다보니 결국 감귤박스를 부시게 되었고, 벽돌을 부시게 되었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힘들었지만 주된 내용은 아니기에 여기서 이만 줄인다.
공사장 같은 곳에서 한 달이 지나고,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리고 2017년 12월 10일
드디어 가오픈 기간을 거치고 정식 오픈을 하게 되었다.
이날은 마침 내 생일이였다.
가오픈 기간에는 주로 지인들을 초대했다. 함께 술을 어울려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어색했기에 사전 연습이라고나 할까?....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보완을 계속 해나아갔다. 그렇게 정식 오픈날이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공간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와서 부족함을 채워주길 바랬다.
그리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픈 준비는 끝났다.
이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