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올리버 색스
나는 어릴 때 책 '딥스'를 읽고 영화 '카드로 만든 집'을 보면서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어린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와 '다른' 사람들이 그 속에 있었다. 그 책과 영화에서 자폐아동은 약간 다른, 그러나 온전한 인격이었고 그들의 증상은 (정신적) 질병이었다. 그런 문화를 먼저 보지 않고 현실에서 맞닥뜨렸다면 내 반응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정신적인 현상, 그리고 그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요즘 시대에는 특이한 일은 아니다.
이제는 정신 질환을 귀신 들리거나 저주받은 것으로 여기지도 않고 당근만 먹는다던지 하는 기괴한 식이요법이나 전기충격을 통해 고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성향을 정신질환이라 하지 않고, 신경증을 동반하는 육체적인 질병을 정신 질환에 넣지 않는 것 또한 물론이다.
하지만 예전, 그리 멀지 않은 예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고쳐야 하는지 고칠 수는 있는지,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서 통합되지 않은 의견이 난무했다. 그렇기에 질병의 치료가 순전히 그가 만난 의사와 그의 성향에 달려있었을 때도 있었다. 확립된 질병 체계가 있기 전 혹은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이다.
올리버 색스는 그러한 시대를 지나온 의사였다. 그는 자신의 전 경력에 걸쳐 본인이 경험하고 연구한 신경학의 케이스를 꾸준히 책으로 집필해왔다. 대학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뛰어난 글솜씨를 통해 그가 치료한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케이스에 대해 저술했다. 그런 그를 통해 의학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신경정신학 케이스를 만났다. 그의 칼럼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었다. 비슷한 케이스를 본 의사, 자신이 가진 것이 질병인지 몰랐던 환자, 이상하게만 생각하던 자신의 주변 사람이 '증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 또 전혀 케이스와 접점이 없는 사람이라도 결핍이나 과잉이 있는 조금 다른 정신세계를 보며 인문학적으로 인간 본연의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리버 색스를 통해 그 시대는 정신 질환에 대해 그가 접근한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며 이해해갔다.
그의 저술에 1차적으로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글을 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그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며 데자뷔 현상을 경험했다. '엇, 이것은! 정말 내가 카드로 만든 집에서 본 장면과 정말 정확하게 똑같아!' 자폐 아동에 관련된 소재를 다루는 이 책의 4부에서 올리버 색스는 자폐 아동을 만나면서(혹은 치료하면서) 그들과 시간을 나누는 동안 경험한 여러 에피소드를 다뤘다. 소수를 말도 안 되게 능숙하게 계산하여 그것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는 자폐아동들이 있었다. 올리버 색스는 그들과 미리 출력해온 소수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는 이러한 놀라운 소통의 경험과 함께 정신과 의사 답게 냉정하게 이러한 현상이 단지 그들의 세계에 제한된다는 진단을 덧붙이지만, 이 에피소드는 영화 카드로 만든 집을 포함한 많은 영화 등에서 사용되었다.
올리버 색스가 자신의 케이스를 보는 독특한 시선, 그들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으면서도 '그들'로 소외시키기보다 각각이 지니고 있는 인간성과 그들만의 인생에 주목해주는 그 따뜻함이 그가 저술한 이 책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잘 녹아있다. 아마 이런 그의 시선은 그 자신이 주류보다 비주류로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 그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죽기 전에 '온 더 무브'라는 자서전으로 출간했다. 자신의 삶과 인생에 충실하게 좋아하는 일들로 채웠던 올리버 색스를 통해 의도치 않고 수많은 예술인들이 영향을 받고 그의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을 (오직 그의 영향만은 아니라 해도) 이제 세계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게 되었다. 그러한 그의 업적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책으로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덧붙여, 그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올리버 색스는 정말 현대사회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가 몇십 년을 늦게 살았다면 -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덜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는 활발히 블로그를 하고 브런치를 쓰는, 그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멋진 작가 의사가 되었을 것만 같다. 올리버 색스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면,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멋진 책을 읽음으로 멋진 사람을 만났다.
[함께 보는]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올리버 색스는 안암으로 죽기 전 뉴욕 타임스에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에세이를 남겼다.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매우 인상적인 에세이:)
My Own Life - Oliver Sacks on Learning He Has Terminal Cancer
http://www.nytimes.com/2015/02/19/opinion/oliver-sacks-on-learning-he-has-terminal-cancer.html?_r=0
I have been increasingly conscious, for the last 10 years or so, of deaths among my contemporaries. My generation is on the way out, and each death I have felt as an abruption, a tearing away of part of myself. There will be no one like us when we are gone, but then there is no one like anyone else, ever. When people die, they cannot be replaced. They leave holes that cannot be filled, for it is the fate — the genetic and neural fate — of every human being to be a unique individual, to find his own path, to live his own life, to die his own death.
I cannot pretend I am without fear. But my predominant feeling is one of gratitude. I have loved and been loved; I have been given much and I have given something in return; I have read and traveled and thought and written. I have had an intercourse with the world, the special intercourse of writers and readers.
Above all, I have been a sentient being, a thinking animal, on this beautiful planet, and that in itself has been an enormous privilege and adventure.
[함께 듣는] 팟캐스트
올리버 색스가 타계한 이후, 소설가 김영하는 그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그를 기념하는 에피소드를 올렸다. 책과 올리버 색스에 대하여 더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꼭 들어볼 에피소드!
62.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https://itunes.apple.com/kr/podcast/id356061083
[함께 보고 듣는] TED
이런 유명하신 분이 TED를 안 하셨을 리가 없다. 약간은 전문적인 느낌의 TED이지만, 그의 영국식 악센트와 나이와 상관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Oliver Sacks: What hallucination reveals about our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