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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약은 곁에 있어주는 마음

약사가 건넨 ‘가짜 약’, 그러나 진짜 위로

by 감격발전소

어쩌면 그게 내가 건네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약일지 모른다. 아무렇지 않게 내민 종이컵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은 버티게 해주기를

기분 나쁘고 힘들 때, 하루의 기억을 싹 지워주는 약

OTT가 삶 깊숙이 파고든 지금, 스크린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액션과 자극적인 폭력으로 가득한 영화가 넘쳐난다. 그 속에서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는 영화를 만났다. 바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영화 속에서 약사로 등장한 손석구는 힘들어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약’을 처방한다.

“이건 화가 날 때 먹는 약이야.

대성통곡에도 직빵이지.”

그가 건네준 건 다름 아닌 어린이 비타민이었다.


황당해하는 주인공의 표정이 화면을 채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치 내 감정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 뾰족하지 않고 따뜻한 바늘로 살짝 터트려주는 듯한 순간. 상처 내지 않고, 그저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바늘 같았다.


다시금 삶에 지쳐 그를 찾아간 주인공이 묻는다.
“아저씨, 혹시 그런 약도 있어요? 기분 나쁘고 힘들 때, 하루의 기억을 싹 지워주는 약 "


그는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있지! 먹다보면 고민이 뭐였는지 그냥 기억까지 싹 다 없애주는 약.”


그러곤 알록달록한 막대사탕을 내민다.


막대사탕을 건네곤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어른의 모습. 그 태도를 보며 생각한다.


진짜 약은 화학성분의 약이 아니라, “울어도 괜찮아”며 함께 있어주는 마음이 아닐까. 속이 시큰하고 마음이 엉켜 있을 때, 누군가 건네는 작은 마음 하나가 우리를 다시 살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나만의 약’을 하나 만들었다.


사무실에 있던 종이컵을 뒤집어 눈, 코, 입을 그려 넣고 ‘힘내’ 대신 '난 언제나 네 편'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아이 어릴 적에 아이언맨이나 헐크 같은 히어로를 그리며 지쳐하던 내가, 이제는 작은 종이컵 하나에도 누군가를 웃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는다.


어쩌면 그게 내가 건네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약일지 모른다. 아무렇지 않게 내민 종이컵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은 버티게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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