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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Sep 21. 2022

이정표

아주 작은 발자취 혹은 불빛만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희망적일까 절망적일까. 완벽의 가까운 구상을 이룩한 뒤 무너져버리는 탑의 모습을 바라보는 절망 정도는 이미 흘려보낼 수 있다고 다짐했지만 그 후에 다가올 불확실함들이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눈앞에 아주 작은 불빛들이 보인다. 이 불빛은 다섯 걸음 앞조차 비출 수 없는 아주 작은 빛. 고개를 푹 숙이고 나의 작은 걸음들을 바라보는 것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두운 산길, 길을 잃은 채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아주 작은 빛. 이 작은 빛을 따라 유유히 걷는 수밖에.


만일 동행이 있다면, 혹시 지도가 있다면 인생길이 조금은 더 쉬울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렇게 절벽만을 피하자는 묵직함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동이 트겠지. 그리고 어딘가에는 도달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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