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카메라를 봐!’ 엄마가 아이에게 속삭였다. 한참을 나와 놀던 아이는 엄마가 저만치 멀어진지도 모른 체 방긋 웃기만 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엄마가 사라졌음을, 길을 잃었음을 깨달은 아이는 이내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나는 분명 저 아이가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인가 불안한 상황 가운데에서 종종 나약한 모습을 표출하는 인간의 본성이 그 어린아이에게서 그대로 보여지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편협한 생각과 달리 아이는 방긋 웃고 손을 흔들며 저 멀리 있는 엄마를 향해 힘껏 달려갔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혼돈의 중앙에 서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잠시 다른 여행을 즐긴 것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잠시 혼자 떠났던 것뿐이었다. 여행을 마친 후 다시 길을 찾으면, 그저 다시 달려가면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