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비칠수록 내가 낮아지는 건 왜일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으며 최소한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쓴다. 그렇게 차츰 자신을 드러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기도 하고, 아픈 과거의 흔적을 조심스레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내어준 그 사람이 나를 다소 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가 내가 보여준 진심만큼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마다 표현 방식과 관계 맺는 스타일이 다르다. 같은 진심이라도 서로 다른 언어로 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진심 속에서 상처만 돌아오고, 대화를 시도해도 반응조차 없다면, 그것은 단순히 방식의 차이를 넘어선 문제일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그가 내 마음을 다룰 자격이 있다는 확신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관계는 늘 조심스럽다.
편안함 속에서 내 진심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약점으로만 읽히거나, 동등한 위치가 아닌 아랫사람을 대하듯 변질된다면, 그 관계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 단순히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면 되겠지만, 현실에서는 끊기 어려운 관계들이 있다. 직장에서의 상사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고, 심지어 가족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힘이 들게 된다.
예컨대 직장에서 후배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상사에게 말했다가, 그 이야기가 농담처럼 회식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혹은 가까운 친구라 믿고 마음을 열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가 그 친구의 무기처럼 돌아와 나를 찌를 때. 그런 경험은 ‘내가 왜 내 마음을 꺼내 놓았을까’ 하는 깊은 후회로 남는다.
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은 용기다. 그러나 그 용기가 곧 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제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지켜줄 수 있을까? 내가 진심을 기댈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사람은 참 묘한 존재다.
어쩌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내 마음을 내보이는 순간들이 더 귀해지고, 더 신중해져야 한다. 나를 내비칠수록 내가 낮아지는 관계라면, 빠르게 해결하는 게 좋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속도를 늦춰서라도, 천천히 해결해 보도록 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가장 지켜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자신을 잃는 순간, 삶의 의미는 사라질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