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순간에 오는 행복
살다 보면 세상은 내가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오히려 간절히 원했던 순간은 자꾸만 비껴가고, 정작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때 뜻밖의 선물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마음속에서 ‘왜 꼭 반대로 될까?’ 하고 중얼거리게 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인생의 흐름이자 법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행복은 추구할수록 달아나고, 삶의 부수적인 결과로 다가온다” 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행복이나 성취 같은 것들은 정면으로 쫓아가 붙잡으려 할수록 손에서 빠져나가고, 오히려 다른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기대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곁에 머무는 듯하다. 그것은 물을 손바닥에 움켜쥐려 할 때 새어 나가는 이치와 닮아 있다.
나는 종종 욕심을 버리는 순간에 찾아오는 평온을 경험한다. 무언가를 원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리를 받아들이는 일. 애써 쥐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자유로움이 생긴다. 결국 세상을 통제하려는 힘을 조금 늦출 때, 세상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답을 주는 것이다.
돌아보면 삶의 소중한 순간 사이사이엔 뜻하지 않는 시간에서 왔다. 예상치 못한 만남, 아무 준비 없이 걷다 마주친 풍경, 그저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불현듯 다가온 위로. 그것들은 내가 노력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심이 비워진 자리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어쩌면 세상에 대한 항복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신뢰일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나머지는 흐름에 맡기는 것.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행운과 기쁨은 예기치 않게 들어온다.
세상은 언제나 뜻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순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붙잡으려 애쓸 때보다 놓아버릴 때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준비된 순간’에 답을 내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비워본다. 바라지 않을수록 가까워지는 것들, 놓아버릴수록 다가오는 것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