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폭설일 때
출근걱정은 미뤄두고 일단 놀아!
"수요일에 눈이 온대"
"그래? 윈터 타이어도 아직 안 했는데 뭐, 좀 오다 말겠지?"
안일한 생각이었다.
아침부터 조금씩 눈이 내렸다. 유치원 가는 길에 눈 오는 모습을 담고 싶어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다.
"머리에 꼭 소금이 뿌려진 것 같다."
아이는 첫눈에 들떴는지 사진 보여주며 말만 해도 까르르이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밖에 나갔다 사무실로 들어온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 한다.
"함박눈이네."
"어후, 눈이 계속 오네"
"먼데 사는 사람들은 일찍 가고,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일 다 하고 가자."
어디선가 농담도 들리기 시작했다.
밖을 바라보니 큼직한 함박눈이 정말이지 펑펑 내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예쁘게 내리는 눈이라 조금은 설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이내 걱정으로 바뀌었다.
계속 울리는 재난 문자.
와도 와도 끊임없이 오던 눈 덕분에 오후가 되니,
온 세상이 하얗다.
하얗게 눈 내린 그림 같은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퇴근 걱정과 내일 아침 출근걱정까지 더해졌다.
더불어 심각한 지구온난화 걱정까지.
11월에 이런 폭설이 뭔 일인가.
종일 내리던 눈은 산더미처럼 차에 소복이 쌓여있었다.
퇴근 후 사무실에서 챙겨 간 결재피스와 우산으로 열심히 털고, 털어냈다.
어두컴컴한 길엔 까막눈이 된 데다가 눈이 쌓인 길은 차선도 잘 보이지 않아 덜덜 떨며 긴장모드로 운전했다.
집 근처에 다 달았을 때 길이 미끄러워 앞차가 갑자기 서서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으니 쭉 미끄러져 앞차와 부딪힐 뻔 한 아찔한 상태로 벌렁벌렁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날 보자마자, 상기되어 있는 아이들 한마디
"엄마! 밖에 나가 놀자."
"응? 일단 밥은 먹고 나가자."
모르게 툭 뱉어놓았다. 노는데 진심인 엄마는 아까의 위기상황과 근심 걱정은 바로 까먹고 오케이 한다.
그래 너희들이 걱정근심이 있을 때는 아니지.
눈이 오면 놀 생각뿐이지.
일단은 무탈 없이 집에 도착했으니 걱정은 걱정이고, 노는 건 노는 거다.
언제 눈 쌓일 때 아이들이 제대로 놀 수 있겠는가. 지금이 그 나이스 타이밍.
썰매와 여러 가지 모양 집게들을 챙겨 나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열심히 눈을 굴렸고, 몇 번 굴렸더니 순식간에 눈덩이가 커졌다. 오랜만에 내 키만 한 눈사람도 뚝딱 만들었다.
"안 쓰는 목도리 있나."
"당연히 있지."
이럴 땐 합이 참 잘 맞았다.
10년 동안 옷장에서 쓰지 않던 케케묵은 목도리는 눈사람에게 선물할 차례다. 병뚜껑에 매직으로 색칠도 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산 트리모자도 챙겨나갔다.
정작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썰매 타느라, 관심이 없고 우리 부부만 눈사람 꾸미기에 집중하였다.
아이들 놀게 해 주려고 나온 건데 우리가 제일 신난 기분이다.
아이들은 편을 이루어 눈싸움을 격하게 했고, 너무 세게 맞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낭만돌이 첫째는, 아직 누군가 건들지 않은 발자국 없는 포슬포슬한 눈밭에 누워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또 이리저리 뒹구르고, 뒹굴렀다. 미친 듯이 뒹군다.
썰매도 탔다가 놀이터 미끄럼틀을 엎드려 타며 철퍼덕 눈밭에 파묻히기도 했다.
첫눈이 격하게 폭설로 왔다. 무섭다 앞으로의 겨울이.
하지만, 이 잠깐의 순간만큼은 아이들 최고의 추억이 됐으리라.
그런데,
집에 들어와 사진첩을 보니 눈사람과 신나게 찍은 건 남편과 온통 내 사진뿐이었다.
꼭 마흔의 어른아이처럼 아주 해맑게.
잠시 모든 걸 잊고 해맑게 놀았지만, 지구온난화가 표면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점점 걱정되는 현실입니다.
이번 9월 늦더위도 그랬고,
기사에는 117년 만에 온 11월 폭설이라고 하네요.
점점 겨울은 짧아지고, 폭설은 자주 내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해 한해 걱정이 늘어가네요.
저희 사는 지역도 약 40센티가 왔다고 합니다. 11월이라 폭설이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폭설로 인한 사고들이 마음 아프네요.
모든 분들, 겨울 내내 무사히 잘 보낼 수 있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