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몰랐다. 올해의 절반을 재택 근무를 하며 보낼 줄이야.
첫 재택근무의 짜릿함은 곧 무뎌졌다. 회의가 없는 어떤 날은 말하는 법을 까먹었고, 걸음수가 0이었던 어느 날은 걷는 법을 잊었으며, 트레이닝복 이외의 의복은 거부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들에도 적응하게 됐다. 질리지 않는 노동요를 선정하는 법, 전용 책상이 없는 환경에서 목과 척추를 보호하는 법, 동료와 랜선 티미팅하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법 등. 더 이상 재택근무는 Plan B가 아니였고,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을 받아 들이고 방법을 찾아갔다.
매년 이맘 때 느낄 수 있었던 연말 분위기가 자취를 감추자 트리나 연말 장식에 무관심하던 나는 꽃집을 드나들며 센터피스와 꽃다발을 들이게 됐고, 하루 종일 볼륨 가득 캐롤을 틀어 놓는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앞둔 상황에서 한 줄기의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일은 랜선 송년회가 유일한데.. ‘Year End Party’라 불리는 송년회의 랜선 버전이다. 매년 한 해를 잘 헤쳐나간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며 한 해를 돌아보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술과 음식을 함께 했었다. 코시국에 맞게 형태는 바꼈지만 연말 파티의 따뜻함을 원격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시작에 앞서 파티라면 맛있는 음식과 신나는 mood는 필수.
취향에 따라 선택한 와인은 송년회 3일 전에 택배로 도착했고, 넉넉한 예산의 법카는 고급 메뉴도 두렵지 않게 했다. 그간 송년회의 시그니처 메뉴였던 스테이크와 와인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화려한 한 상이 완성됐다. 연말 바이브도 물론 놓을 수 없어 드레스 코드는 Red로, 팀별로 지정된 배경으로 줌을 꾸미면 파티를 위한 준비 완료.
송년회때 마다 개인적으로 신기한 코너는, Yearly Feedback for Teams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다른 팀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미리 적고, 돌아가며 읽고 소회를 들어보는 시간이다. 업무가 가중되는 연말의 시기적 특성 상 ‘마음은 있어도 바쁜 와중에 누가 정성껏 메시지를 적을까’ 싶지만, 정말 많은 동료들이 메시지를 적는다. 그것도 매우 정성껏. 그래서 참 신기하면서도, 또 한 번 동료들의 따뜻함에 감사하게 된다. 동료가 늘어나고, 팀이 다양해지면서 Feedback for Teams에 거의 3시간에 달하는 시간이 걸리게 되었는데, 80명이 넘는 인원이 서로에 대해 이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매년 신기해하며 놀란다.
훈훈한 코너 이후에는 능숙한 동료의 진행에 따라 예능 한 편 본 것마냥 자지러지게 웃으며 레크레이션 시간을 즐겼다 :D
흔히 스타트업이 커가면서 겪는 조직적인 어려움을 ‘스타트업 성장통’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성.장.통이라는 3글자에 함축해서 담기엔 쉽지 않은 시간을 올해 보냈다. ‘정말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시간을 지나 함께 turn around 했고, 함께 웃으며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표현력이 이정도여서 몹시 아쉽지만..) 2020년 한 해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