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거 없던 어느 오후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관성처럼 확인해왔던 당근 알바 공고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이벤트 하나
"떠나봐요 방콕알바"
당시의 나는 보통의 어느 날 보다 더 못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이미 계획된 1년, 2년, 3년 너머의 거대한 인생 계획이 무겁고 답답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으나, 이 길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허망함보단 세진 않았나보다.
나의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두근거렸던 마음은 잠시, 당장의 계획을 세워보는 나는 자기소개서를 띄운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막막해하는 어느 준비생처럼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했는데, 내 하루는 결국 아무것도 쓰여지지 못한 채 잠들어버리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
내 공백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가볼까나-
나에게 그 정도의 창의성과 주체성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어디론가 떠나야겠다"
"잠깐 도망쳐야겠다"
떠나고 싶지만 돈은 없던 나는, 여행 지원금을 받아 방콕으로 떠날 기회를 무조건 잡고 싶었다.
힘을 내어 오랜만에 알멩이 있는 글을 밀도있게 적었다. 글을 적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미 소멸되고도 한참 지난 줄 알았던 열정과 즐거움이 내 어딘가에 남아있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 나 아직 건조한 인간이 되지 않았어. 타이핑하는 손에는 점점 속도가 붙어 짜임새가 있는 글을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완성했다.
그리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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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당근의 방콕알바생으로 선발되었다. 나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저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알바비! 알바생으로 선발되고 일주일 뒤에 당근페이를 통해 지급받았다.
사실 알바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가 방콕 알바생으로 선발됐다는 게 실감되지 않았다. 나 진짜 선발된 거 맞아...? 혹시라도 담당자님께서 메세지를 잘못 보내신 건 아닐까, 혹시 내가 정보를 잘못 입력하거나 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알바자격이 취소되는 건 아닐까 온갖 상상을 펼치며 갑자기 배송받은 행운에 기뻐하기보다는 불안해하곤 했다.
당연히 주변 사람에게 알리지 못했고,
비행기표도 구입하지 못한 채
알바비를 받자마자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제서야 내가 방콕에 간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나는 당근 알바생이 되어 생애 최초로 혼자 해외로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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