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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례온 Mar 29. 2023

너보다는 나를 위해 말하길 포기한다

가끔씩 들춰보는 기억이 있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가도 꼭 한 번씩 생각나는 기억이다. 남들은 이걸 흑역사라고 부르려나? 굳이 그런 이름을 붙이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그것과 유사한 것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너를 추궁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나중에라도, 혹시라도 너와 가까워진다면. 그때 왜 내 마음을 몰라줬냐고. 한 번쯤이라도 들여다보지 않았냐고. 혹시 내 마음이 네겐 귀찮았냐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 따지게 될 것만 같다.


그러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 너를 만나지 말아야지.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도록 너를 피해야지.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또 너를 의식하고 네 눈치를 봐야겠지만, 그래도 너를 향해 끝없는 질문를 쏟아냐고 수치심을 느끼는 것보다야.


내 혀가 내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 가슴 속에 든 걸 전부 다 불어버릴 것 같으니까, 아예 입을 닫아버리고 나로부터 모든 언어를 뺏어버려야지. 너로 인해 그렇게나 많은 글을 썼는데, 이제 나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말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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