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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례온 Apr 23. 2023

'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은하수에게 보내는 편지 中

(...) 얼마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나서 제주를 여행한 2021년 사진을 주욱 둘러봤어. 그때는 전혀 몰랐는데 스물셋의 내가 너무 행복하고 예뻐보이는 거야! 괜히 서글프고 부러워질 만큼! 과거를 뒤돌아보는 성격이 아닌데도, 처음으로 '저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구. 그러고서 다른 옛날 사진도 살펴보는데 그것도 하나하나 반짝거리면서 빛나고 있더라고. 그제야 '아, 이제는 과거의 어렸던 나를 부러워할 나이만큼은 살았구나!'하고 깨달았어. 그러니까, 지금 스물다섯의 나도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에 보면 너무너무 예쁠 나,인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미래로 시간을 돌린다면 내가 살아온 모든 나는 참 어여쁜 나이,겠구나 생각했어. 그리고 이건 아마 내가 아닌 L 너한테도 해당되는 말이겠지. 1년, 2년, 3년 반짝거리는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우리 인생은 아마 엄청나게 멋있는 은하수 같을 거야. 또, 은하수에 있는 별에다 대고 '뭐야! 저 별은 왜 이렇게 삐뚤빼뚤하게 서있어?'라고 말할 사람도 없을 테니까 가끔씩 이상한 방향으로 여기저기 통통 뛰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몇십 년쯤 살아보다가, 우리 같이 드넓은 초원 같은 데 드러누워서 우리 은하수를 밤새 구경하자. 저 별은 엄청 밝게 빛나네. 열아홉의 별은 작지만 선명하게 빛나는구나. 스물과 서른 사이 별들은 서로 이어져 꿈이라는 별자리를 만들었네. 하면서 말이야.


L아, 나는 'L'이라는 은하수를 정말 정말 좋아해. 너의 지금, 또는 과거, 미래, 그리고 그 모든 걸 더한 네 은하수를 오래오래 내 눈에 담아두는 게 내 꿈이야. 그러니까, 너가 내 곁에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꿈이겠지? 무엇 하나 성공하기도 어려운 이 세상에서, 결국 네 덕분에 또 꿈을 꾸게 되네 나는.


옆동네 'W' 은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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