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의 충돌, 납득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하여
날짜 : 2023년 8월 3일 (목요일)
시간 :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분
감정 : 당황
내 마음 : 스트레스는 잘 해소했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감정과 스트레스 조절 필요
나는 병원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의료인은 아니기 때문에 남들과 같은 보통의 직장인이다.
그저 근무하는 장소가 병원이라는 것과 회사에 적용되는 법이 일반 회사와는 조금은 다르게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같은 의료 관련 법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부분이 다르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행정복지센터, 그 외 여러 공공기관 등 심지어 대형마트와 같은 일들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앞에 민원을 처리하는 창구가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그 일과 비슷할 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창구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정말 딱 그 일만 할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주 업무일 뿐이지, 부 업무로는 그 외 다양한 회사 업무들을 처리하는 분들일 것이다.
나는 원무 업무 중 입퇴원 창구에서 업무를 본다. 나의 주 업무는 말 그대로 환자들을 입원 수속을 처리하고 퇴원 수속을 처리하는 일이다. 그 외 부 업무는 너무나도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앞으로 적어나갈 글들에 하나씩 녹여보겠다.
오늘은 나의 업무 중에 당황스러움을 크게 느끼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나의 주 업무는 외래 진료를 통해 진료를 보고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의학적인 오더에 의해 입원이 결정된 환자를 병동 병실에 가기 전 전체적인 입원 수속을 하는 일이다.
외래 진료를 통해 입원이 결정된 환자에 대해 우리에게 병동 병실 배정 요청이 온다. 그럼 나는 외래 진료과를 통해 얻은 정보들과 환자의 진료과의 특성, 어떤 병실을 사용해야 하는 환지인지, 여러 병동들의 특성 및 현재 환자 상황, 각 과마다 특성이 다른 의사들에 대한 추가 요청사항 등 다양한 종합적인 상황과 특성을 고려하여 병동과 병실을 배정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환자들의 케이스마다, 또 병동의 상황마다 조금씩 병실 배정이 이루어지는 형태들이 다르다. 너무 변수들도 많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런 업무를 보는 중이었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병동 간호팀장님의 전화였다.
병동 팀장님 :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이러이러한 상황 때문에 하나의 선택된 병동에 환자를 좀 먼저 배정해주셨으면 해서요~
병동 팀장은 간호부 중 병동 간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의 대장이지 않은가. 나는 그런 대장님의 말에 더 많은 이유를 묻지 않고 수긍했다. 물론 나의 직속 대장님은 아니지만, 다른 팀의 대장님도 대장님이다.
그래서 나는 병동 팀장님의 의견을 참고하여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웬만한 병실 배정은 선택된 하나의 병동에 배정시키기 시작했고, 그러던 도중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엔 그 선택된 병동의 수간호사 선생님의 전화였다.
병동 수간호사 선생님 :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 병동 팀장님께 들으셨겠지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저희 쪽으로 환자 좀 주세요~
병원에는 여러 개의 병동이 있고 해당 병동마다 수간호사들을 임명해 놓는다. 회사로 치면 팀장 아래 대리 정도일까. 해당 실무자의 대장 혹은 리더라고 표현하면 얼추 맞을 듯하다.
병동 팀장님이 이야기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어서 뭐 딱히 신경 쓸 내용은 아니었고 수긍했다.
대장들이 그렇게까지 환자 채워달라고 하시는데 난 거절할 이유가 없다. 난 오히려 좋다. 병실 배정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 이제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선택된 병동에서 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병동 간호사 선생님 : 선생님 여기 선택된 병동인데요. 저희 지금 몇 명째 주시는 거예요? 병동이 저희밖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너무 저희만 주시는 거 같아요 저희 너무 힘들어요.
나 : 아 선생님 그게.. 음.. 못 들으신 거예요?
병동 간호사 선생님 : 뭘요?
나 : 그... 배정. 아니에요~ 조절해 볼게요^^
무수히 많은 할 말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이 전화로 평온했던 나의 감정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병동 간호사 선생님에게 배정에 대한 이유를 딱히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 이야기를 내가 솔직히 해주는 것이 그들의 업무에 딱히 도움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나의 당혹스러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해당 실무자들이 윗사람들에게 그런 오더를 듣지 못했다는 것은 오더를 주는 대장과 실무자들 사이에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근거였고, 병동 팀장님과 실무자들이 소통이 안될 수는 있지만 내가 놀라웠던 건 수간호사 선생님과 실무자들과의 소통조차도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그 점은 그 병동 선생님들에게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었지만, 나는 딱 이 얘기를 듣고 났을 때 당혹스러운 게 가장 컸고, "이걸 왜 나한테 짜증을 내지?, 니들 대장한테 가서 묻고 따져야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고 넘어간 이유는 나 또한 그런 경우들이 흔하기 때문이다.
나도 실무자고 나에게도 대장님이 있고 나에게도 리더가 있다.
대장님이 나에게 직접 오더를 내려서 중간자인 리더가 모를 때도 있고, 리더가 나에게 직접 오더를 내려서 대장님이 모를 때도 있다.
이런 일들이 매우 흔하고 당황스럽지만, 이런 일과 관련해서 가장 힘들고 싫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 부서 내에서가 아니라 다른 부서를 통해 전해 듣게 될 때다.
내가 저 상황에서 병동 선생님에게 화내고 짜증을 내며 그 사실들을 얘기했다면, 나는 한순간의 감정으로 내뱉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그것을 듣고 난 그 병동 선생님은 말로 표현 못할 부끄러움과 자신들의 리더와 대장에 대한 배신감 혹은 좌절, 그 어딘가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휘말려서 더 이상 업무를 보기 힘들어질 지경까지 감정이 치달을 수도 있다.
나도 흔히 겪는 일이 아닌가.
대장님이 시켜서 하는 일 하다가 리더에게 혼난 경험,
대장님이 시킨 일이 아닌 리더의 단독적인 오더로 시켜서 하는 일을 하다가 되려 대장님에게 혼난 경험,
나보다 윗사람이 시켜서 한 일인데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내가 대신해서 대표로 혼나본 경험 등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들이 충돌하고 서로 소통되지 않음에서 오는 일들이 많지 않은가.
어찌 보면 그것이 사회고 직장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반드시 그런 법은 없지 않은가.
대장님이 시켜서 시작했지만, 나 스스로 능동적인 태도로 그 업무에 임해서 리더에게까지 칭찬받은 경험,
리더가 시키는 것에 속으로 욕하고 짜증 내며 시작한 일이지만 좋은 성과를 내서 대장님에게 인정받은 경험,
대장님이 시킨 오더를 따르지 않고 다르게 업무를 처리했지만, 오히려 성과를 내서 칭찬받은 경험 등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를 누군가에 의해 지배되면 안 된다. 어떤 행위를 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그것이 내가 함에는 변함이 없고, 그것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난 깨달았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더 길다.
회사 업무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당신이 힘들다면, 그것은 당신이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떤 업무를 그저 시켜서 할지, 정말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내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