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지나 가을이 왔다’는 처서가 지나고 아침저녁 기온이 확연히 달라졌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은 더디게 지나간다. 아이들 어릴 땐 더위 피해 무조건 계곡을 찾아 캠핑을 즐겼는데 이젠 다들 성인이 되고 또 흩어져 있다 보니 옛이야기가 됐다.
올여름은 함삼공원외에 그 어느 곳도 가질 못했다. 물론 강의 차 가평 계곡을 눈으로만 즐기고 오긴 했지만~^^ 그 또한 감사하다. 이젠 나이도 중년의 시기를 지나다 보니 무조건 몸으로 부딪치는 피서는 피하고 싶다. 여전히 내게 있어 피서는 책 읽기다.
‘무엇을 위한 책 읽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뚜렷하게 대답해 줄 말은 없다. 그저 책 읽는 일이 좋아서랄까. 학위를 위한 논문 작성이나 학술 연구를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의 책 읽기는 어떤 정해진 주제는 없다.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대한다.
살펴보면, 한 주제만 깊이 집중하거나 파헤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잡탕이라고 보면 된다. 된장찌개라면 거기에 된장, 대파, 양파, 두부, 호박 또는 버섯을 넣는 것과 같다. 분야별, 주제별, 인물별 등등 잡다한 지식 섭렵 내지 이해 추구라고나 할까.
최근엔 교회론과 선교론을 정리한 책을 읽었다. 교회와 선교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탁월한 선교학자, 현장선교사, 단체, 지역교회와 목회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정리해 놓은 좋은 책!
교회 공간을 알아보고 사역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내게 많은 공감과 목회와 선교에 관한 바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귀한 저자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지금은 마르틴 하이데거의 책을 읽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공부하면서 하이데거를 멀리했다. 그의 철학적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세계 이해, 인간 이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철학이 정말 그런가? 그런 것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붙든 책이, 이 책이다.
난 제독철학자 한병철 교수를 좋아한다. 그의 철학적 사변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대 성찰과 분석은 매우 날카롭고 구체적이면서 또한 명료하다. 그의 그런 통찰은 어디 서부터 나온 것인지,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지 궁금했다. 바로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하이데거의 제자라고 말해야 될까, 그를 평생 연구하고 그의 철학을 자신 안에서 녹여내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무조건 하이데거를 비판하지 말자는 것! 일단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는 것, 공부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건들지도 못할 만큼 어려운 책이라서 아직 직접적으로 대하지는 못한 상태지만 조금씩 이해의 폭을 좁혀 가 볼 작정이다. 42,195km를 뛰기 전에 짧은 단거리부터 훈련해야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당분간 하이데거와 가까이 지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