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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엄마 May 13. 2020

얼굴이 부어올랐다

02

팔뚝의 두드러기를 시작으로 얼굴에도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일요일이라 문을 여는 병원도 없었다. 무섭게 올라오는 두드러기에 겁을 잔뜩 먹고 열린 병원을 찾았다. 조금 멀리 가야 했지만 일요일 진료를 하는 병원이 있었다.


얼굴에 좁쌀 같은 두드러기가 잔뜩 오른 채 감기에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 진료를 기다렸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처방을 했다.


병원에서 받아온 약은 알레르기 약이었다. 먹으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저녁을 먹은 후 약을 먹었다.  

자고 일어난 아침,

이제는 두드러기가 아니라 눈 전체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엄마는 기겁을 했다. 점심, 저녁이 지나서는 이마도 붓고, 그다음 날 아침에는 볼이랑 턱이랑 모조리 부어올랐다. 점점 얼굴에 형태가 없어졌다. 겨우 대학병원 예약을 하고 그 날만 기다렸다. 아마 삼사일 이상 기다렸던 것 같다. 지옥 같은 날이었다. 얼굴이 이러다 정말 터지나 싶을 정도였다. 꽉 막힌 기분, 온 얼굴에 벌레들이 쉬지 않고 기어 다니는 느낌까지 들었다.

풍선 얼굴을 하고는 집에 갈 수가 없어서 친정에서 머무른 터라 병원은 아빠와 갔다.


병원에 가서는 사람들 눈총이 따가웠다. 그래도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냥 그 얼굴로 이리저리 검사를 받으러 다녔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약이 들어가는 몇 분 동안 겁이 나긴 하지만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붓기는 삽시간에 쑤욱 가라앉았다.


그리고 병원에 다녀온 후 친정집으로 걸려 온 전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친구들과 약속을 해놓은 것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었다. 친구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내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내 집에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수소문 끝에 친정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는 친구랑 나도 울었다.


이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사건으로 참 많이 놀래고 드라마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알레르기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계속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고 식단 조사를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간 병원의 의사들의 질문은 같았다.

"전날 뭐 먹었어요?"

.......

"뭐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특별히 먹은 게 없는데.... (전날 뭐 했는지는 기억이 확실히 나요. 너무 억울한데 계속 참았어요.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못 했어요. 물어보고 싶은 것도 못 물어보고요.)

나는 계속 그 배드민턴장이 생각났다.

그리고 며칠 후 지인에게 아픈 이야기를 했다. 처음부터 싸악. 지인이 말했다.

"기가 막혔네."

폭발하는 화산에 찬물을 계속 부어대니 어딘가 막혀버린 내 몸이 이상반응을 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근거를 의학적으로 증명받을 길은 없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그놈의 성질, 내 불 뿜는 화산, 구박 먹고도 그러려니 할 수는 없나 그게 안되나..... 참 지독하다 싶었다.


아무리 알레르기 검사를 해도 찾을 수 없는 나의 병명은

<기가막혀병>

너무 화가 나는데 싸우지 못하면 기가 막혀서 생기는 병.

신기한 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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