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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엄마 Feb 23. 2024

눈물

층간소음

아이가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유치원을 안 간 탓에 집에서 놀이터에서 각종 학원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를 집에서 뛰게 놓아두진 않았으나 생활소음에 지나치게 아이를 조심시키지는 않고 살았다. 이유는,,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랫집 할아버지는 가끔 창문 열고 담배는 태우셨는데 너무 자주는 아니었고 소주잔을 기울이시는 것도 본 터라 나도 그냥 심신이 고단하시구나 생각하며 담배로 인한 민원을 넣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식구가 이사를 왔다. 이사 온 것을 인터폰을 통해 알았다. 너무 시끄러우니 조치를 하라는 것. 그 이후로 온 집안에 매트를 깔고 아이를 조용히 시켰으나 아랫집 아줌마는 밤이나 낮이나 아무 때나 인터폰을 하고 홈통을 미친 듯이 쳐댔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때에도... 결국 우리는 무서워서 이사를 갔다. 아무 말 없던 아랫집과 하루가 멀다 하고 홈통을 치는 아랫집의 온도 차에 고민을 하다 결국 일층으로 도피를 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술을 먹고 온 집안 물건을 다 부수는 윗집을 만나게 된다.

지금 집은 꼭대기 층이다. 아랫집에는 아이가 산다. 아이 아빠가 아이에게 괴물 소리를 내면서 장난을 치고 아이가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가 몇 번 하고 힘들어.. 고만할라 치면 아이가 더더를 원하는 유혹의 웃음을 웃는다. 아빠가 못 이기고 다시 하자 아이가 웃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만류한다. 아이 웃음소리가 사그라든다. 아이 웃음소리가 사라지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할아버지도 나처럼 우리 아이 웃음소리가 좋았을까?

이런 일방적인 생각은 참 위험한 거란 생각도 든다. 아닐 확률이 99.9% 일 수 있다. 하지만 덕분에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이 싫지만은 않다. 세상은 참 조화롭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그간 겪었던 층간 소음으로 인한 고민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몇 분의 아이 웃음 소리가 나를 관통하며 찬란하게 빛이 난다. 층간 소음도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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