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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Jun 23. 2021

한 영혼의 개화를 보다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김영아 교수 저/ 마음책방


[루나의 신간 픽] “한 영혼의 개화를 봤다.” 

 

영혼의 개화를 본 경험이 있는가. 없다면 그림책 심리상담 이야기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을 권한다. 텅 빈 껍데기 같았던 사람에게 생명이 깃들어가는 과정이 등장한다.   

   

“삶을 더 이어가야 할지, 이쯤에서 딱 접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집단상담 중 한 내담자가 내뱉은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첫 상담 시간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30대 후반의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 그녀는 상담자를 긴장시켰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죽음을 건조하게 말해서다. 대개의 내담자는 억울함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기 마련인데 지나치게 담담했다. 어떤 아픔이 있을까.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책으로 치유 여행을 하면서야 사연이 흘러나왔다. 달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괭이부리말 이야기가 내담자의 경험 일부와 맞닿아 해석과 통찰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향이 너무도 다른 부모 밑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자랐다. 돈보다 의미를 먼저 생각하는 선비 같은 아버지와 고고한 성품이 밥 먹여주겠냐는 너무도 현실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에 혼란을 겪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어머니로부터 가치 지향적인 가치관은 쓸모없는 거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조롱과 야유로 자기 품성을 봉쇄당한 셈이다.     


유년의 경험은 한 번도 무엇을 적극적으로 욕망해본 적 없는 삶으로 이어졌다. 점차 무의미에 가까워졌고, 일상이 아무런 의미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을 지나치게 담담하게 말한 이유다.      


저자는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일상 속에서 사소한 기쁨을 배워가는 일’이라 생각했다. 프로그램 밖에서도 개인적으로 만나 때때로 떡볶이도 사 먹고 수다도 떨며 그녀를 도왔다. 은근한 지지와 격려는 그녀의 변화를 이끌었다.   

   

걸음마를 배우듯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내담자는 어두운 옷 대신 파스텔 색상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상담가는 두 번째 처방을 시작했다. 소설<내 생애 아이들>과 그림책<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를 읽어 보라 권했다.      


그림책은 닭장 안에서 길러진 독수리가 한 동물학자의 애정과 믿음으로 자신의 본성을 찾아 날아오른다는 내용이다. 그녀의 삶을 조금씩 변했다. 그저 직업일 뿐이던 교사의 자리가 점점 즐거워졌고, 저녁에 자시 반 아이들에게 힘내라는 문자도 보냈다. 자발적인 열정과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줍게 피는 꽃봉오리처럼 그녀의 영혼도 개화가 시작된 것이다. 한 영혼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과정이다.      


책은 이 밖에도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사랑이 맞는 사랑인지 고민하는 사람부터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잠수를 타버리는 신입사원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중년 남자, 군부대 관심사병 집단의 상담 사례 등 다양한 사연과 치유의 과정을 전한다.     

 

저자인 김영아 교수는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은 “남의 슬픔과 나의 슬픔의 차이를 비교하거나 겨루지 않고 우리는 같은 것을 그리워하고 아팠다.”고 인정하며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힘겨워하는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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