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즐거운 집에서 복작복작 8년을 살다 입양이라는 과정을 통해 엄마 집으로 옮겨온 것이 벌써 3년 차인데
태어나서부터 8년 동안 너의 내면에 새겨진 함께의 즐거움은 혼자가 된 지금 너를 많이 외롭고 힘들게 할 거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변화였고 네가 동의했다고는 하나 뼛 속에 새겨진 8년의 시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거야. 눈도 뜨지 않고 탯줄을 달고 만난 너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밤마다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엄마는 네가 심심하지 않도록 함께 마트도 가고 탁구도 치며 놀아주려고 하지만
너의 놀고 싶은 마음을 모두 충족시켜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소리 : 왜 매일 나는 혼자 놀아야 하는 거야?
엄마 : 이제 혼자 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라
소리 : 아이는 놀면서 배우는 거예요. 놀 권리를 뺏지 마세요
엄마 : 너를 깊게 들여다보고 혼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거리를 찾아라
소리 : 저는 혼자보다 함께가 더 재미있어요
엄마 : 항상 누군가와 함께 놀 수는 없어. 함께 놀 수 없다고 불평하고 화를 낼 일이 아니고
이 시간에 어떻게 놀까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엄마와 너는 날마다 아웅다웅하면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야
한 사람의 의식 수준은 혼자를 견딘 시간의 합과 일치한다고 해
혼자서 오랫동안 자신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혼자만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거야
누군가 타인에 의해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면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고 너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네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이 시간이 너를 성장하게 한 것을 알게 될 거야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지난 시간을 통해 지금의 네가 있고
오늘의 시간이 미래의 너를 만들어갈 거야
우리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가는 것은 어떨까?
안녕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