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함을 표현하다
우리의 몸은 거짓말하는 법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모든 몸짓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하는 말을 강화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로버트 제누아 -
50대가 되면 해맑게 다닐 수만은 없다.
가벼운 것부터 무게감 있는 고민까지 크고 작은
과제를 해내며 일상을 지켜내야 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의 무게는 더욱 묵직해진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여린 마음으로 안고
하루를 보내며, 폴수업을 들으러 갔다.
지점장님 입문수업 진도는 스노우플라워였다.
지점장님께서는 스노우플라워동작 시 아련한 손짓이 중요하다고 수업 때 말씀해 주셨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업을 거듭할수록, 마음속 분위기가 몸짓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느꼈다.
수업 중 정말 아련하게 그 손짓을 표현했고, 지점장님께서 나를 칭찬해 주셨다.
“정말 무슨 아련한 사연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라는 농담과 함께.
순간, 마음 깊숙이 감춰두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나의 손짓 하나하나에 묻어난 지난날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혹은 잊으려 했던 감정들이
무의식적으로 몸짓에 담긴 것 같았다.
역시 운동은 기분을 풀어주는데 최고의 특효약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진 것이 느껴졌다.
거리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과 함께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무거운 짐들이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층 더 가벼워졌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며 살아가야 하지만,
이렇게 잠시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이런 작은 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해 준다.
폴 운동을 시작했을 때 배웠던 스노우플라워 동작을다시 찾아 열어보았다.
왼다리로 간신히 오금을 걸고, 코어 힘이 없어 몸을 유지하기 힘들어 팔로 뻗어 손 한 번 떼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영상을 보았다.
지금의 코어 힘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이 아련한
손짓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마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또 다른 표현 방식이었다.
눈물이나 언어가 아닌 손짓 속에 담긴 나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여린 마음으로 운동하러 갔다가 또 다른 나의 표현 방식을 알게 해 준 폴 운동이 고맙게 느껴진다.
폴운동 시작하면서 배웠던 첫 스노우플라워동작
10초도 매달리기 힘들었던 폴운동이었어요.
똑같은 입문수업이지만 여유가 생겼고
몸으로 표현하는데 자연스러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