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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4. 2022

카타르 도하 공항 오릭스 라운지 체험기

돈이 좋구나

 짧은 한국 중간복귀 휴가를 마치고 파키스탄 귀국길?(재출국길? - 해외동포가 되니 귀국이라는 개념이 모호)을 떠났다. 태국 경유 항공편이 살아나긴 했지만, 보다 안전하고 변경 취소 수수료 걱정이 없는 카타르 항공편으로 여정을 꾸렸다. 일정이야 뭐 첫 출국기와 거의 유사하니 패쓰. 역시 두 번째부터는 감흥이 뚜욱 떨어지고 별 느낌이 없다. 오늘은 첫 출국기에서 자세히 얘기 못 한 라운지 체험기를 써 보려고 한다. 나처럼 생계형 서민 직장인들이 아무리 연계 항공편을 이용한다 그래도 라운지를 자기 비용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미리미리 간접체험하고 준비해서 이용하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파키스탄 생활사 매거진이지만, 파키스탄 가는 길에 만나게 될 장소 중 하나니까 같이 묶어보련다.


 오늘 간 곳은 카타르 도하 공항에 있는 오릭스 라운지. 원래 알 마하 라운지를 예약했는데 고객이 초과 상태라며 "업그레이드"해준다며 오릭스 라운지로 연결해주었다. 오릭스 라운지는 이정표 찾기가 좀 어렵다. 도하 공항 마스코트인 곰돌이를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2층에 있다. 유리창 안쪽으로 원목을 덧 댄 공간을 찾아가면 된다.


카타르 도하공항의 마스코트 곰돌이
오릭스 라운지에서 바라본 곰돌이


 알 마하 라운지와 오릭스 라운지를 비교한 페이지가 있어 먼저 링크한다.

https://provscons.com/oryx-lounge-vs-al-maha-lounge/


 영문 링크 읽어보기 어렵거나 귀찮은 분들을 위해 간략 비교하면, 알 마하 라운지는 수직정원 인테리어에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고 오릭스 라운지는 원목 느낌 인테리어에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있다. 두 시설 다 훌륭하나 내 개인 취향에는 오릭스 라운지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 실내공간도 좀 더 넓다. 알 마하 라운지는 카타르 항공이 운영하고 오릭스 라운지는 공항 직영이다.


오릭스 라운지 안내 데스크


 가격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업그레이드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더 마음에 드니 패쓰. 2022년 5월 현재, 라운지 입장료는 둘 다 200 QAR(카타르 리얄), 55달러, 한화로 약 7만 원 정도 한다. 한 번 입장 시 최장 6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시간 초과 시 다시 계산해야 한다. 꽉 찬 시간을 이용해도 한 시간당 1만 원이 훌쩍 넘는 이용료니 단시간 이용객은 가성비가 안 나온다.


입구에 있는 라커룸. 1회용 비밀번호 생성이 가능하다.


카페테리아 제공 음식


간단한 카페테리아가 제공된다. 푸짐한 풀코스는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는 여행객의 한 끼 식사로는 훌륭하다. 중동 국가답게 술은 진열되어있지 않지만 종업원에게 얘기하면 친절히 가져다준다. 레드, 화이트 와인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야기해야만 가져다주는 시스템을 몰라서 나는 첫 라운지 이용 때 와인을 못 마셨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무슬림에게 음주가 허용되지 않으며, 술을 진열하는 행위 자체가 금기시된다.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 술을 마실 수는 있지만, 술병이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숨겨놓고 달라고 할 때만 준다. 물론 이 또한 공짜다.(공짜..는 아니고 마시든 안 마시든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


오릭스 라운지 내부 전경사진


 가족단위 사용 공간인 패밀리룸, 릴랙스 소파가 있는 콰이어트 룸, 스모킹 룸, 테이블 축구대와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기가 있는 게임룸, 애플 컴퓨터가 있는 인터넷 룸이 있다. 콰이어트 룸의 릴랙스 소파가 인기 있는 편이라 늘 빈자리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다. 인터넷룸에는 다수의 애플컴퓨터가 있는데 키보드가 없다. 키보드를 쓰려면 안내데스크에 방문해서 여권 보여주고 수령해오라고 하던데 귀찮아서 안 해봤다. 스마트폰 시대에 라운지에서까지 PC를 써야만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알 마하 라운지 비교 사진


 나처럼 총여정이 하루 이상으로 길고 대기시간이 긴 여행객에게는 라운지 샤워를 추천한다. 집에서 잘 씻고 나와도 하루 지나면 꼬질꼬질해지고 머리가 떡지기 시작하거니와 좁은 비행기에서 누구에게 무슨 병원체가 묻었을지도 모르니 샤워하고 오면 기분이 무척 상쾌하고 에너지가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혼자 왔는데 그 새 누가 짐을 훔쳐가면 어떡해요? 걱정되는 분들은 라커룸에 개인짐을 보관하고 샤워실에 가면 된다. 아니면 주변 여행객에게 잠시만 짐을 맡기는 부탁을 해도 되고.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


오릭스 라운지 남성 샤워룸. 딱 하나만 있다.


 다만 오릭스 라운지는 샤워룸이 딱 하나뿐이므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샤워룸에 가면 화장실 전담 클리너가 수건과 어매니티(칫솔, 면도기)도 친절히 가져다준다. 샴푸, 린스, 샤워젤, 로션도 다 구비되어 있다. 다만, 헤어드라이어와 빗은 제공하지 않는다.


 항공권만 있으면 공항 와이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다. 와이파이 접속 후 항공권을 스캔해서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름 쾌적하게 사용 가능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네이버는 접속되지 않는다. 구글은 잘 되는데 왜 네이버만 막아두는지는 모르겠다.


 이곳 종업원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참고로 카타르 인구는 280여만 명 정도이지만 그중 카타르 국적을 가진 순수 카타르인의 인구는 전체의 10%를 조금 넘는 30만 명 정도이다. 외국인은 국적을 취득할 수 없으며 영주권까지만 취득 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저임금 서비스직은 외국인이 담당한다고 보면 맞다. 외국인 노동자는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인도 등 저임금 국가 출신이 많다. 서비스 업종답게 다들 영어가 유창하다. 화장실 클리너가 유독 친절했는데, 내가 점심 먹고 물로 간단히 입 주변을 닦고 있으니, 칫솔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고는 일회용 칫솔을 금방 가져다준다. 그들은 나보다 영어도 잘하는데 자국 내에선 일자리를 못 찾고 외국에서도 저임금 서비스직밖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내가 잘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안도감과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크다. 내가 국가를 골라 태어날 수 없듯 그들도 마찬가지인데 인류는 절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가 네팔이나 스리랑카 태생이고 그 나라에서 줄곧 살았다면 절대로 세계적 부자, 사업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서비스 제공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네팔 출신의 화장실 클리너에게 2달러를 팁으로 건넸다. 라운지에서의 팁은 강요하는 분위기가 일체 없으며 만족한 만큼 본인 취향대로 하면 된다. 건네지 않아도 무방하다.


 바껕 기온은 40도가 넘어가는 무더위지만 라운지 안은 서늘하다. 반팔 반바지 차림이라면 춥다고 느낄 정도의 기온을 유지한다. 더운 나라로 가는 여행객이라도 꼭 바람막이 하나 정도는 지참하고 다닐것을 추천드린다.



 공간 비율이 딱 이렇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대강의 레이아웃을 그려보았다. 구글링해도 라운지 배치도까지는 찾기 어려워서 직접 그려 올려두면 누군가에겐 도움되지 않으려나. 까먹기 전에 정리해 본 카타르 도하공항 오릭스 라운지 체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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