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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8. 2024

민주주의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어렵다.

 다들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국민의 주권을 대행할 자격을 갖춘 자를 국민의 투표로 선출하고 그들로 하여금 정치를 대리하게 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그 대리인들이 민심과 일치하는 정치를 항상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럼 정치인들은 민심과 늘 일치하는 정책만 결정만 해야 하는가?

 그게 또 능사는 아니다. 다수결에서 나온 결론이 늘 맞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1.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 입안초기 먹고살 돈도 없는데 시기상조 낭비라는 여론이 많았다. 건설할 기술도 돈도 없는데 그게 우리 손으로 되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국민적 여론과 바람으로 건설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초석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88 서울 올림픽

 아직 개도국 상태에서 세계 무대에서 국력이 미약하던 시절, 아무도 서울에서 국제 올림픽 경기를 유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정부에서조차 불가능한 얘기라며 초기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아무 기대를 안 했던 유치위원회가 기적적으로 경쟁자를 다 물리치고 대회를 유치해 버린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 이름을 각인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었다.


3. 인터넷 광통신망 조기구축

 지금은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우리나라는 한동안 내로라하는 선진국들 다 제치고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였다. 인터넷 광통신망 백본을 구축할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게 뭔지도 잘 모를 때였다. 미래를 내다본 빠른 투자가 지금의 IT 산업 강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4.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

 영국병을 치유한 강력한 지도자로 칭송되는 마가렛 대처. 잦은 파업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진압하고 다수의 공기업을 민영화했으며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축소하여 신자유주의의 원리로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물론 마녀라고도 불리며 악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어쨌든 재임기간 동안 국민 다수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강력한 통치력으로 사회를 바꾸는 지도자였다.




 예시처럼, 민주주의 정치는 단순히 민심을 받아적어 대리하는 정치만이 아니다.

 유능한 리더를 뽑고, 내 손으로 내 권리를 위임하여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내 권리를 위임하긴 하지만, 그게 늘 내 맘일 수는 없다.


 물론 정책입안과 시행에 관한 결정이 아닌, 심판에 관한 결정을 할 때에는 정치인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당장은 아니지만, 투표권은 결국 국민에게 있고, 그들이 다음번 선거를 마주하게 되면 반드시 이전 정치이력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매번 민심만을 따라가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심만 쳐다보고 표만 구걸하면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이 파탄날 수도 있다. 노동자층의 요구를 너무 과하게 들어주면 기업활동이 위축되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다수결이 늘 정답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고 대중을 설득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정치의 중요한 축이다. 그래서 나 또한 내가 뽑는 정치인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해서 나 보더 더 나은 선택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탄핵 심판이 불발하였다.

 이틀 전 실시된 탄핵 찬반 여론은 찬성 73.6%, 반대 24.0%.

 생각보다 낮은 탄핵 찬성여론을 보며 "이번 탄핵 가결은 쉽지 않겠네..." 싶었지만, 그래도 2/3가 넘는데 가능하지도 않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하며 탄핵 투표 자체를 무효로 만들어버렸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 국민의 투표의무를 다 하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라고 소리치면서 어쩌면 저런 비열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반대를 하더라도 표결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훨씬 성숙한 민주주의 의회정치였을텐데. 개별 의원들을 못 믿어서 표결 기회 자체를 주지 않으려는 당 지도부가 윤정부가 그렇게 경계하는 "전체주의"의 모습이 아녔을지 스스로 자문해보면 좋겠다.


 전 국민들 초미의 관심사인 탄핵 심판 안건은 아무 성과없이 자동폐기되었다.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하는 당론을 채택한 사정이 진짜 국민을 위하는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선 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어쨌든 다수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지금은 국민들을 설득할 시간인 것 같다. 당장 다수 국민들의 뜻이 탄핵에 동의한다 해도 훗날 결과적으로 탄핵을 하지 않는 결과가 더 좋은 결론이 될 수 있는 청사진을 지금 탄핵을 반대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청사진을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을 아낌없이 보여줘야 할 때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가 오직 당장의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1. 국민을 섬기고 민심을 받드는 섬김의 정치를 할 때인가?

2. 국민에게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형 정치를 할 때인가?

3. 늘 해오듯이, 오로지 좋은자리만 탐하고, 내 안위만 관심있는 군림형 정치를 할 것인가?


 선택은 개별 정치인들의 몫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그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가 발전한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발전하며 국민수준도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민주주의가 정말 다행인 것은, 그들의 권한이 영원하지 않고 곧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저지른 충격에 비하면 "대국민숏츠"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사과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을 발동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나도 계엄령으로 매우 놀랐고, 놀란 마음에 며칠 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심지어 계엄군에 끌려가는 악몽까지 꾸고 있을 정도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국민으로서 사과문을 몇 번을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정도의 큰 사고를 치고 미안하다고만 하면 끝나나?? 우리 민족이 실제로 겪어 본 계엄령은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고 이유없는 고통을 겪은 역사적 아픔이 있는 기억이다. 비록 이번에는 운 좋게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냥 "사과드립니다"하고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표현 중 가장 이상하게 와닿는 표현은 "우리당".

 한국어의 표현이 관용적이라 "우리 마누라"가 "나와 너의 마누라"라는 뜻이 아님은 알지만 그건 일상에서 그런 것이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에 "우리당"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화자와 청자가 "우리"가 되는 문장 구조인데, 여기서 그럼 "우리당"은 어딜 말하는건가? 대체 어디까지 "우리"란 말인가? 이미 다수의 국민들은 현 대통령을 나와 섞어 "우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할 텐데.


 문맥적으로 "우리당"이 과거 노무현정권 시절 "열린우리당"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국민의힘" 같은데, 대통령의 임기문제와 정국안정 방안을 "우리당=국민의힘"에 일임해도 법적 제도적으로 문제없는 것인가???????? 대통령 맘대로?????? 어느 법과 제도에 근거해서??????????? 나는 정말 모르겠다.


 대통령제 민주주의는 당이 아닌 "인물"을 뽑는 제도이다. 심지어 당이 없는 무소속 후보도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탈당도 가능하며, 신당을 만들어 당원 가입도 가능하다. 국민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지 "국민의힘" 대리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 선출된 대통령이 당적을 바꾸어도 여전히 대통령이다.


 실제로 이미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후보자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입당하였다. 자, 그러면, 만일 이 시기 문제가 생겨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을 일임한다면 당선 당시 국민지지를 받았던 "새천년민주당"에 일임하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면 현 당적인 "열린우리당"에 일임함이 적절한가? 아니 그 이전에, 이런 대통령 일련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 자체가 정당한가? 왜? 무엇에 근거해서? 국민이 언제 동의했기에?


 대통령이 최고 임면권을 가지고 장관이나 정부부처 주요 요직 인사를 임명해서 국정을 끌어가는 것은 당연한 대통령의 권리이다. 그런데, 스스로 본인 임기를 포함한 자기의 모든 권리를 특정인이나 특정정당에 위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대통령 유고, 하야 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대통령직을 운영할 의지가 없다면 직을 내려놓고 하야를 해야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직만 걸어놓고 급여만 받아가겠다는 소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나는 내 아까운 세금을 그렇게 쓰고 싶진 않다.


 대통령 담화문에 나온 저 구상이 만일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령을 제정하면 또 가능하긴 하다. 문제는, 입법기관이 "국회"이며, 다수당은 야당이다. 그리고 법률 시행의 최종 재가는 대통령이 한다(일단 맡겨놓되 본인 맘에 안 들면 또 또 거부권 쓸 수 있단 말). 야당은 단 하루라도 더 빨리 대통령을 탄핵하려 하고 있는데, 대통령 권한을 통째 위임하는 신규 법령을 여야 합의하에 만들 수 있을 거라곤 기대하기 힘들다. 야당은 이미 대통령을 내란수괴라 정의하고 있으며, 계엄령에 가담한 정부 관료와 군지휘관에 계엄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회 울타리 안에서 탄핵 추진과 대통령 직무 위임은 병행 추진이 불가능할 것 같다.


 결국 저 말이 실행되려면, 야당과 국민의 암묵적 합의하에 대통령이 스스로의 말을 절대 뒤집지 않는 신뢰가 필요한데, 나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길게 돌아볼 것도 없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장관은 야당이 제기한 "계엄령 가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가짜뉴스라고 야당을 공격한 게 채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있는 거라곤 대통령 스스로의 구두약속 뿐인데, "아, 그건 그때고, 다시 내가 통치할래."라고 말을 바꾸면 제도권 안에서 누가 그걸 막을 수 있나? 대통령은 여전히 헌법에서 보장하고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한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인데.




 "절박론"이 일부에서나마 동정을 얻고 있다.


 "아이고,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을까~"


 아니, 절박하면 헌법을 어겨도 되며, 절박하면 현직 국회의원들과 진보언론인을 잡아가둬도 되는건가?

 "절박해서" 북한을 선제공격해도, "절박해서" 정치와 언론의 자유를 마음대로 제한해도 되는건가?




 계엄령이 내리던 그날, 잠을 거의 못 잤다.


 계엄령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픈 맘이 굴뚝같았지만, "일체의 정치 행위 불허"라는 경고문과 "처단"이라는 끔찍한 단어가 주는 위압감에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다. 계엄의 ㄱ자만 써도 계엄사령부에서 온갖 사이트를 자동 검색해서 내가 누군지 추적하고 잡으러 올 것 같았다. 심지어 꿈에서 계엄군에 잡혀가는 악몽도 꿨다.


 나는 정치인도 정치비평가도 아니다. 딱히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정치인이 국민 눈높이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릴 해 대면 때때로 자조 섞인 쓴소리를 하는 소시민일 뿐이다. 그저 "유권자가 바라보고 있으며 바보짓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픈 마음이다.


 그런데 요 며칠은 엄청난 압박과 공포를 겪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 브런치는 그냥 습작 일기장같은 그날그날 내 기억의 기록창고일 뿐이다.

 나는 딱히 구독자를 많이 모으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되려 내 브런치가 너무 유명해지질 않길 바라는 사람이다. 내가 너무 유명해지면 오늘 같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다만, 마음의 주파수가 맞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 의견과 마음을 나누고 싶고, 즐거운 마음은 나누고 슬픈 마음은 위로받고 싶다. 내 글이 읽히길 바라면서도 너무 많이 읽히진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어쩌다가 이 정도 글을 쓰는 것에도 압박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정도의 글이라도 안 써두면 훗날의 내가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 설마 "대국민담화문"에 대한 소회를 일개"국민"이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을 정치범이라며 잡아가진 않겠지. 나한테 한 말 맞잖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한참 멀었다.







※ 블링블링한 마음을 회복할 때까지 당분간 런던-파리 여행기는 쉽니다.... 도저히 그런 마음 상태도 아니고 지금 한가하게 여행기나 쓰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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